숙박시설 투숙객 10명
비명 소리에 화재 인지
목숨 건 아찔한 탈출
아이와 있던 가족 등
의식 잃기 전 겨우 구조
하마터면 인명피해 볼 뻔

▲ 청도군 화양읍 청도용암온천에서 11일 오전 불이 나자 야외노천탕 이용객들을 소방관들이 탈출시키고 있다. /독자제공

“사람 살려주세요. 여기 아이가 있어요.”

11일 오전 오전 9시 54분께 화재가 발생한 청도군 화양읍 용암온천은 5층 건물로 1∼3층은 목욕탕, 4∼5층은 숙박시설로 이뤄졌다.

화재발화지점이 있는 목욕탕은 온천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어 입욕객들은 비교적 신속하게 대피했으나 숙박시설에 있던 투숙객 10명은 그렇지 못했다.

별도의 공간에 머무르는 숙박시설의 특성상 방송, 경보벨 등을 통해 화재사실을 인지할 수 있지만 화재당시 화재 경보음과 스프링쿨러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화재사실을 알리는 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이 시각 온천건물 5층에서 투숙하던 권모(33)씨는 라면에 물을 받기 위해서 복도로 나간 후 사람들의 비명 소리에 건물에 불이 난 사실을 알게 됐다.

어떠한 대피 방송이나 화재 관련 정보를 들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권씨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권씨는 부인 김모(32)씨와 2살도 채 되지 않은 두 자녀를 화재현장 밖으로 대피시켜야만 했다.

잠시동안 기다려도 아무런 구조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권씨 부부는 숙박시설에 설치된 완강기를 이용해 스스로 탈출을 시도했다.

먼저 아내 김씨가 한 살배기 아들을 안고 몸에 밧줄을 맨 채 창문 밖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김씨와 아들은 무사히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이들이 5층에서 바닥까지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됐고, 그 사이 5층 전체에 연기가 퍼지면서 남아있던 권씨와 두 살배기 딸은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연기를 덜 마시게 하기 위해서 창문을 활짝 열고 “살려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다행히 의식을 완전히 잃기 전에 건물 내부를 통해 진입한 소방관들이 권씨와 딸이 있던 방문을 열었고, 안전하게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권씨는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러 청도를 찾았는데, 마지막 여행이 될 뻔 했다”면서 “어떻게 저렇게 유명한 온천에 화재경보시스템이 부실할 수 있는 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용암온천 관계자는 “사설소방업체로부터 소방안전점검을 한 달 전 쯤 검사를 받았을 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며 “매년 2회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데 왜 작동안한 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청도/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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