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는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가을이 계절적으로 매우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을이 좋은 이유는 무더운 긴 여름을 거쳤기 때문이다. 특히 111년 만에 찾아온 악몽같은 올여름 폭염을 겪어 본 사람은 가을이 이처럼 반가울 수 없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만으로 온 몸의 기분이 상쾌해진다.

가을은 24절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 입추에서 동지까지를 이르나 기상학적으로 보면 9월부터 11월까지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절기상 입추(양력 8월7일 내지 8일경)라고 하지만 아직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입추를 가을로 간주하기에는 성급함이 있기 때문이다.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는 하늘이 높고 푸르기로 유명하다. 간혹 태풍이 지나가 피해를 안겨줄 때도 있으나 논밭 곡식이 무르익는 모습에서 가을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그래서 모두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시기다. 인심도 좋을 수밖에 없다. 추분(秋分)을 즈음하여 논밭의 곡식을 거둬들이고 고추를 따서 말린다. 잡다한 가을걷이 일들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두가 분주해지는 때다. 수확의 고마움을 나누는 추석이 있어 더 좋다.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고도 부른다. 가을 밤은 시원하고 상쾌하다. 등불을 가까이 하기에 좋으니 책 읽기가 좋다는 말이다. 요즘은 독서의 계절이라 부르며 책 읽기를 권장한다. 가을이 독서하기가 좋은 것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계절 탓이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자 삶을 풍요롭게 하는 힘이다. 가을이 제격인 것이다.

가을의 한복판에 들어 선 추석명절은 가을을 대표하는 민속 축제이다. 수확이 있기에 축제가 즐겁고 부담스럽지 않다. 조상에게 수확에 대한 고마움을 전할 수 있어 더 좋다. 우리의 조상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 했다. 한가위에 대한 만족감을 최고로 표현한 말이다.

가을은 풍요와 수확, 축제 등 정서적으로 매우 안정된 계절이다. 올가을은 혹독한 더위에 지친 마음이 위로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