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군·구 의회의 시민참여 게시판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경실련이 올 1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대구시 의회와 군구 의회 시민참여 게시판 이용 상황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지방의회 게시판이 이용자가 없는 유명무실한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구시의회의 경우 시민공감에 게시된 글은 광고성 글을 포함 달랑 2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8개 구군의회의 경우는 모두 합쳐 12건이 게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구와 동구, 서구, 달성군의회는 전무했으며 동구는 지난 2015년 8월 11일 이후 한 건도 게재되지 않았다.

대구시의회도 2013년 5월 이후 모두 97건의 게시물이 실려 있었으나 대부분이 대구시와 대구시 의회가 게시한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이 같은 사정에도 시군구 의회가 이 문제를 한 번도 제대로 거론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시민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각 의회 게시판이 사실상 이름만 있을 뿐인데도 해당 지방의회는 모른 채 눈감고 있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적당히 넘어가자는 의도가 아닌지 알 수 없다.

서울시의회와 부산시의회, 울산시의회 등 타지역 의회의 시민참여 게시판의 이용 상황과 비교하면 더 잘 알 수 있다. 서울시의회의 자유 게시판에는 모두 6천600여 건의 게시물이 작성돼 있었으며, 부산시의회도 1천8백 건이 넘는 게시물이 작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보다 규모가 작은 울산시의회도 1천800 건이 넘는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다. 시민참여 게시판은 직접민주주의 실천을 위한 작은 마당이다. 주민의 의견을 직접 듣고 시정에 반영토록 하는 수단의 하나다.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더라도 주민의 뜻과 여론의 향방을 살필 수 있는 곳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는 장소로서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할 공론장이다.

청와대가 작년 8월 시작한 국민청원 게시판도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일종의 공론장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의 발달로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는 국가차원의 직접소통 방식이다. 그것이 여론을 호도하거나 역기능적 효과가 있지만 그것은 고쳐 나가야 할 별개의 문제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다. 정보화 시대에 앞장서야 할 지방의회가 되레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시민의 의견을 대변해야 할 대구시의회와 군·구 지방의회는 이제라도 시민참여 게시판 활성화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방의회에 대한 관심 부재가 게시물 부재로 귀결됐다면 지방의회의 분발이 더욱 필요하다. 시민참여 게시판을 통한 여론 활성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