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정치, 경제, 문화 등 어느 분야를 불문하고 자율적인 분열과 경쟁을 통해 성장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일례로 동해안의 바다에서 최고의 어장이라 불리는 해역의 특징은 바닷가나 연안지역의 바닥에라도 우리가 어초라 부르는 제멋대로 생긴 바위들이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바닷물이 어초와 부딪쳐 포말을 일으키면서 플랑크톤을 다수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풍부한 플랑크톤 덕에 그것을 먹고 자라는 치어, 잡어들이 많아지고 또 이들을 먹고 자라는 어종들과 그 어종들을 먹고 포식하는 중형, 대형의 물고기들이 모여들면서 어민들이 좋아하는 최고의 어장으로 불리는 바다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다.

경제분야도 마찬가지다. 경제 생태계를 크게 구분하자면 생산공급과 소비유통의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경제 생태계에서 최하위 플랑크톤으로는 ‘소상공인’ 즉, 생산공급면에서는 ‘소공인’, 소비유통 부문에서는 ‘소상인’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활성화될수록 해당 부문에서는 경쟁과 분열, 통폐합 등을 거치면서 확대재생산되는 성장과 발전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포항경제가 어려워진 표면적 이유는 그동안 포항경제의 성장동력이었던 철강산업이 자동차, 조선 등과 같은 전방산업의 부진과 더불어 인위적인 외부충격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에 따른 공급절벽 때문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철강 생태계가 지역 내에 형성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 비록 자동차, 조선과 같은 대규모의 철강소재를 소비하는 최종재의 생산공정이 지역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철강 소재를 사용하는 주방용기, 자전거, 건축용 실내마감재, 문구용품, 손톱깎이 등 다양한 생활용품 분야의 최종재 생산공정에 필요한 플랑크톤은 필요한데 그조차도 포항에는 없다는 점이다.

포항경제가 외부충격에 흔들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완충작용이 가능한 철강 산업생태계를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의 철강소재를 기반으로 다양한 완성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공급측면에서의 플랑크톤이 풍부해져야 한다.

지역 내 철공소, 공업사와 같은 이름으로 존재하는 플랑크톤인 이른바 ‘소공인’들이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호, 육성시켜야만 한다. 사실상 지금과 같은 포항경제의 철강 생태계는 매우 기형적이다.

상위의 포스코, 중위의 철강공단까지는 존재하지만 하위에서 다양한 제품프로세스를 다루면서 야금야금 철강소재를 갉아 먹으면서 과거 세운상가와 같이 설계도만 있으면 미사일, 탱크 등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술력과 잠재력을 지닌 ‘소공인’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철공소와 같은 ‘소공인’들이 살아남기 힘든 것은 아주 하위단계에서 필요한 철소재의 제조공정에 필요한 단계별 중소기업들을 포항이 빠짐없이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손톱깎이나 냄비와 같은 아주 단순한 제품을 제작하더라도 설계, 주물, 금형, 사출, 압축, 열처리, 도장, 포장 등 다양한 공정이 요구되지만 아쉽게도 포항 지역 내에서 설계부터 최종단계까지의 공정을 이을 수 있는 기업들이 중간중간 끊어져 있는 것이다.

결국, 포항경제가 철강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지속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포항에서 철강소재를 사용해 어떠한 물품이건 최종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공정프로세스를 연결시키는 철공소, 공업사 등 ‘소공인’들을 제도적 지원이라는 인공어초를 투입하여 다른 지역에서 유치하거나, 자체적으로 보호 육성할 수밖에 없다.

이와 동시에 이들 ‘소공인’들의 제품공급을 책임지고 유통 소비시켜야할 대칭의 플랑크톤인 ‘소상인’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바로 포항이 ‘소상공인’을 중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