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BMW 화재 사고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폭스바겐 스캔들도 있었고, 독일차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의심이 들 지경이다. 이 사태를 지켜보며 2000년대 중반 도요타의 브레이크 결함 스캔들이 떠 올랐다. 그 당시 도요타는 힘들었다. 엔화강세로 인해 수출채산성이 떨어졌다. 또 미국에서 수익성이 좋다는 경형트럭(Light truck)을 개발하여 출시했었는데 고유가로 인해 판매가 저조했다.

이런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도요타는 원가 절감을 기획했고, 그 일환으로 설계에서 부품 수를 줄이기로 했다. 그럴만큼 도요타는 설계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 주행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숨기려다 발각되어 도덕성까지 타격을 받았다.

BMW사태도 그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지금의 연비규제는 현존하는 기술로 해결하기 어려울만큼 까다롭게 진행된다. 개발원가도 따라서 상승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다소 무리가 있는 설계 변경을 하게 된다. 고온의 배기구 바로 뒤에 쿨러(cooler)를 배치하는 것이 상식인데 BMW는 여기에 변화를 줬다. 개발 당시 연구실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나 차량이 노후화되며 화재 사고가 나타났다.

폭스바겐 스캔들의 배경도 연비규제의 등살을 이기지 못한 일탈이다. 결국 이런 사건들이 BMW나 폭스바겐만의 문제라서 다른 브랜드가 수혜를 얻는 형태가 아니라 석유연료 엔진의 설계가 비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환경을 의미한다. 더욱이 시간이 갈수록 디젤차량 출입 제한지역도 늘어나며 중고차 가치가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전기차로의 이동은 빨라질 것이다.

그 동안 자동차 업계는 연비규제로 인해 힘들었지만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2010년부터 매년 5% 이상의 성장을 보였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자동차 판매는 꺾일 전망이다. 이로 인해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의 부가가치에서 탈출하여 전기차를 포함한 신경제로 넘어 오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세계 자동차 수요가 꺾이는 배경은 첫째, 금리의 상승 반전이다. 자동차도 세계적으로는 부동산처럼 빚을 내서 구입하므로 할부 금리가 오르는 현상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둘째, 고유가다. 유가가 상승하면 대형차량 판매 비중이 하락한다. 그런데 자동차 업체들은 수익성을 대형차량에 의존한다. 즉 수익성이 하락한다는 이야기다. 셋째,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판매성장이 둔화된다. 과거 중국 자동차 수요 증가에 불을 붙였던 것은 농촌을 도시화하는 과정에서의 개발차익이다. 즉 쉽게 번 돈으로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인 자동차를 샀었는데 이제 그런 기회는 실종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향해 뛰어드는 분야로 배터리는 당연히 포함될 것이고, 자율주행에서도 차를 똑똑하게 만드는 에지 클라우드(edge cloud)가 대세가 되어 가며 반도체 칩(chip)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 이외에 교통편의 플랫폼으로의 변신이 눈에 띈다. 소비자가 모바일 앱에 출발시간과 출발지, 목적지를 입력하면 교통상황을 예측한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예약하여 연결한다. 빈 구간이 있으면 우버(Uber)같은 곳에서 차를 보내 준다. 요금도 전자결제로 끝낸다. 2016년 핀란드 헬싱키가 도입한 윔(Whim)이 대표적인 서비스인데 이 프로젝트에 도요타도 참여했다. 도요타는 우버에 5억달러 규모의 지분 참여도 했다. 사실 워렌 버핏도 우버의 지분에 관심이 있었지만 구매하지는 못했다.

현대차도 이런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말 AJ렌트카를 인수하려 했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렌트카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투자매력이 떨어진다. 특히 한국은 우버와 같은 자동차 공유 플랫폼에 대한 규정이 없어 교통편의 사업에 속도를 낼 수도 없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변신을 도모하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