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수전 포스텍 교수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

9월이다. 가을이 시작되었다.

평균 수명이 80을 넘은 현재의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면, 인생의 가을은 40대 초반부터 60대 중반에 해당할 것이다. 여름에 벼가 힘차게 자라고 이제 무르익어 가면서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다. 인생도 비슷하다.

인생의 가을은 사회인으로서 가정에 대한 책임을 가진 자로서 수행할 일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은퇴 후의 인생의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인생에 중요한 기로점의 하나이다.

40∼60대에 큰 변화들이 가속적으로 일어나므로 오늘은 40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청년기 20∼30대에 무쇠같이 일하고 뛰었는데 인생의 가을에도 여전히 뛰기는 하지만, 40대에 들어서 육체적인, 감정적인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자신 속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에 적응할 필요가 생긴다. 글씨를 읽으려면 전보다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안경을 맞춰야 한다. 안경을 꼈다 뺐다 익숙치 않아 불편하기만 하다. 여성들이 주로 이 시기에 갱년기를 경험한다. 주위 사람들 특히 남편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다.

10대 청소년 시기에 그랬듯이, 이 시기에도 남녀 모두 감정적인,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인생은 무엇인가? 나는 왜 사는가? 나는 지금까지 뭘 했는가? 등등.

사춘기 ‘위기’시에 이런 질문들을 했었는데, 30년 후에 비슷한 질문들을 다시 던지고 있다. ‘도대체 내가 30년간 성장한 것인가?’하고 질문하게 된다.

필자가 40대에 같은 나이 또래의 여러 친구들이 우울해 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중년의 위기’를 경험할 때 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내 나름대로 그들을 세워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덕분에 나는 개인적으로 ‘중년의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그 시기를 넘겼다.

이 시기의 ‘위기’는 ‘사춘기의 고민’보다 훨씬 심각하고 다급하다.

사춘기에는 아직 책임감 없이 나 자신에 대한, 그리고 아직 직면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지만 이 시기의 ‘위기’는 매일 매일 현실에서 직면해야 하고, 청년 시기의 20년간의 세월이 이미 흘러가버려 적응할 시간과 기회도 짧다.

필자의 친구들의 경험을 토대로 하면 40대의 회의(懷疑)는 세가지 외부적인 요인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사회 생활, 특히 직업 또는 사업. 둘째는 배우자와의 관계, 셋째는 자녀들 문제다.

필자의 친구들과 가진 대화를 기초로 하면 사회에서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중년의 위기’의 핵심인 것같다. 사회인으로서, 가족을 이끄는 엄마 아빠로서 사회생활이 견고하지 못하면 자괴감도 들고 가족의 신뢰도 떨어지게 된다. 사회생활 20년이 흐른 시점에서 내가 뒤쳐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위계사회에서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것에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타의에 의한 ‘명퇴’가 눈 앞에 가깝게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 또는 생각들이 당연히 불안과 회의를 불러 일으킨다.

낮에 일하고 가정으로 돌아와 배우자와 다시 만나는 것이 주저스러워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동네를 배회하는 지인들도 있었다.

요즘은 주로 30대에 결혼하니 결혼한지 10년 정도 되었지만, 부부 사이가 전보다 더 가까워지지 못하고 벌어지면 ‘중년의 위기’가 악화될 뿐이다.

자녀들이 10대가 되면서 반항적으로 나가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부모를 최고로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부모에게서 벗어나 멋대로 하는 것이 자녀 눈에는 멋있게 보이는 시기이다. 몇년 후 대학갈 시기가 되거나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자식과 부모가 아니라, 성인 대 성인으로 마주해야 한다.

우리의 사고 방식과 행동 방식을 의식적으로 크게 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