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남북의 경색된 상황에서는 그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그러나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선수 참여 이후 한반도의 남북관계는 급변하게 됐다.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에 이어 북미 회담도 순조롭게 추진되는 듯했다. 그러나 예정되었던 싱가포르 북미 회담이 트럼프에 의해 전격 취소되자 우리 정부는 북미간의 회담재개의 중재역을 톡톡히 하였다. 이번 폼페이오의 4차 평양 방문이 취소되고 북미관계가 교착되자 정부는 다시 5명의 대북 특사단을 파견하여 북미 대화의 중재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우리 정부가 북미 대화 진전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는지를 지켜보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부의 운전자의 역할을 바르게 정립하기 위해 그 로드맵부터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운전자의 로드맵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북·중·미 승객의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합의를 이끄는 로드맵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당사국간의 정상회담이 출발점이라면 북한의 비핵화 이행과 종전 선언이 두 번째 정거장이다. 이를 토대로 당사국간의 평화 협정 체결은 세 번째 정거장이 될 것이다. 마지막 터미널은 남북한의 완전한 교류 협력과 북미 수교라는 지점이 될 것이다. 이 때 남북관계는 제도적 통일이 아닌 ‘사실상의 통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류장도 쉽게 도달할 수 없으며 건너뛸 수도 없는 입장이다.

로드맵에는 항상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아무리 능숙한 운전자도 운전 중의 장애물은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생명의 안전을 위해 운전자의 방어운전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멀고도 험한 평화 정착의 로드맵에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동북아에는 운전을 원천적으로 방해하는 냉전의 유산도 잔존하지만 예상치 못하는 장애물도 등장할 수 있다. 70여 년의 분단체제의 고착이라는 장벽이 전자라면 중미간의 패권 경쟁은 후자에 속한다.

또한 우리 내부의 대북 정책에 관한 입장 대립은 운전자의 진로를 방해할 수도 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 뒤에 숨어 있는 북한 체제의 불안전성도 또 다른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미국 의회 내의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 군산 복합체라는 안보 상업주의는 북미 화해보다 냉전을 선호하는 장애물이다. 아직 승차하지 않은 중국과 일본의 한반도 문제의 개입도 운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장애물이다.

운전자로서 우리 정부의 당면 과제는 평양과 워싱턴을 설득하여 한반도의 ‘평화 정착’의 토대부터 튼튼히 마련하여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선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어느 지점에서 어떤 형태로 양자의 입장이 조절될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대북 특사 방북의 성과를 토대로 9월 19일로 예정된 평양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협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운전자의 앞길을 가로막는 의외의 복병은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운전자는 당사자의 입장을 중재·조율하여하나의 타협점을 찾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의 남방 경제가 후퇴하는 가운데 북방운전만을 고집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도 내치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현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당면한 경제적 위기를 해소할 때 대북·대미 외교도 정책의 추동력을 담보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의 심화, 실업 등 경제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때 ‘한반도의 신경제 지도’는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 운전자는 이해관계가 다른 승객의 의견을 조율하여 과속해서도 안 되지만 지체해서도 안 된다. 운전자는 승객의 불편을 최소화하여 목적지에 도착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