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종경북대 교수·노문학
▲ 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얼마 전에 생선횟집에 들른 적이 있다. 40, 50대 중년배 서넛이 소주잔을 기울이는 저녁나절 번다한 시장통 횟집풍경은 평안하고 따사로웠다. 생선 비린내가 코를 간질이는 횟집에서 이색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서너 살 남짓한 어린애가 휴대전화 동영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손 부족한 가난한 부부가 횟집을 운영하면서 아이에게 동영상을 틀어준 거였다. 아이는 장난감 만지듯 익숙한 손놀림으로 휴대전화를 놀리고 있다.

‘햐, 이것 참 고약하군!’ 소리 내지는 않았지만 뭔가 아픈 소리가 내장을 거쳐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이다. “재미있니?!” 하고 물어본다. 고개 끄덕이는 아이를 보고 엄마가 조금 안쓰러운 표정이다. 저 나이에 벌써 휴대전화 동영상이라니! 앉거나 누운 채 소리와 영상에 홀린 것처럼 동영상에 몰두하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일은 간단치 않은 노릇이었다. 세월이 더 많이 흐르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나는 시장골목 횟집정경.

각설하고, 프랑스는 2018년 9월 3일부터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 7월 30일 프랑스 의회가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의 휴대전화 사용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것에 따른 조치다. 긴급 상황이나 장애학생이 아니라면 수업시간은 물론이려니와 쉬는 시간에도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 것이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등교할 수는 있지만, 학생은 휴대전화 전원을 끄거나, 사물함에 넣어두어야 한다.

고등학생들의 경우에는 고교마다 재량에 따라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시킬 수 있다.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이 자못 흥미롭다. 블랑케 교육장관에 따르면, 휴대전화 사용금지는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는데 도움을 주리라 한다. 이와 아울러 휴대전화 금지는 학생들의 교제를 증장시키고, 왕따를 줄이며, 절도와 학교폭력 감소에도 기여할 것을 목표로 한다. 하나의 돌로 여러 마리 새를 잡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듯 오늘날 휴대전화는 안부 주고받는 용도를 훌쩍 뛰어넘는다. 오락은 물론이려니와 최신정보와 지식으로 넘쳐난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는 실시간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와 대면한다. 최고의 양질(良質)로 손보아진 사진이나 동영상과 함께! 사정이 이러다보니 유아와 청소년은 물론 중장년과 노년에 이르기까지 똑똑한 전화기 스마트폰은 그저 휴대전화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21세기 문명의 총아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일은 언제나 빛과 그림자, 새옹지마(塞翁之馬)로 점철돼 있다. 일출과 일몰이 이어져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주목하는 휴대전화의 폐해는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다채로운 양상의 폭력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 불리는 가상공간에서 낮밤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신상털이와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현실이다. 어제의 연인과 친구가 오늘 나의 신상을 털고, 나를 무고(誣告)하는 무법천지 인터넷 세상.

그로 인해 하루가 멀다 않고 등장하는 숱한 고소고발 사건으로 지구촌은 날마다 신음한다. 문명의 이기(利器)로 인류가 축적한 무형의 지식과 정보를 무한 공급하는 거대원천이 느닷없이 인간을 매도하고 사회적 타살로 유도하는 도살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원초적인 책임소재 하나가 스마트폰 휴대전화다. 그런 까닭에 프랑스 교육부가 왕따와 학교폭력 감소를 휴대전화 금지목표로 설정한 것은 설득력을 가진다. 우린 어쩔 셈인가?!

어린 나이부터 전자기기에 노출되는 어린것들의 생물학적 성장이 저어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완전 격리되어 성장하는 어린 세대의 교육이 걱정스럽다. 벼와 밀을 쌀나무, 밀나무로 알고 성장할지도 모를 횟집아이의 미래를 잠시나마 걱정해보는 아침이다. 이런 기우를 높푸른 하늘의 맑은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기를….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