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추가 이전 발표에
여권 분류·검토작업 착수
대구시도 찬성 입장 표명
김성태 “서울 황폐화 의도”
혁신도시와 연계 부족 등
일각선 비판적 시각 표출

이해찬발(發) ‘공공기관 지방 추가이전’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공기관의 지방 추가 이전 주장에 이어 정부가 바로 기관분류 등 호응에 나섰고, 지역에서 찬성하는 분위기인 반면 제1야당은 ‘수도권 황폐화’시도라고 반발하면서 국론분열 항목이 하나 추가되는 양상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노무현 정부가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을 통해 수도권 공공기관을 단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토록 했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가 이전계획을 세우지 않아 중단됐다.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이루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분권개헌 시도가 물 건너가자 정부여당이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지방분권 움직임에 불을 지피려 하고 있지만 야권의 반발, 지역갈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와 민주당은 이전 추진대상 122개 기관 가운데 실제 이전을 추진해야 할 기관을 분류·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이해찬 당 대표의 국회 대표연설을 통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발언 이후 바로 후속 대책이 나와 여권에서 내부 조율된 사안이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5일 “일단 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을 분류해 초안 작업을 한 뒤 당정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국가균형발전법에 따라 분류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률에 (지방 이전이) 정해져 있는데 지난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에 불이 붙었다. 이 대표가 언급한 122개 기관에는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대한적십자사, 우체국시설관리단, 한국환경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기술보증기금 등이 포함돼 있지만, 당정은 122개 전체가 이전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산은 등 특정 기관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이 대표는 특정 기관을 적시하거나 염두에 두고 말한 게 아니다”라며 “실제로 이전이 불가능한 기관도 있을 것이고 업무 성격상 이전할 수 없는 것도 있기 때문에 12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 일부 기관의 지방 이전 적정성을 두고 나오는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알짜는 빼고 생색만 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된 정부 부처도 이 대표가 언급한 122개 기관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분류·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대구시 관계자는 “150여개의 공공기관 중 수도권에 반드시 남아야 하는 30여개 공공기관을 제외한 120여개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고 이전 찬성입장을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언급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해 “사실상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인 서울을 황폐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서울에 있어야 할 부분이 있고, 지방에서 육성 발전시켜야 할 산업과 정책이 있다”며 “무조건 수도권에 집중된 부분을 분산시키는 게 최선의 방안인 것처럼 말하는 여당 대표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이 거의 마무리된 지역도 이전 기관과 지역 산업 간의 연계발전은 빈약하다는 따가운 지적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상훈(대구 서구)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혁신도시 기업 입주 현황’자료에 따르면 153개 대상 기관 중 150개 기관이 이전해 이전율은 98.0%를 보였으나 이전 기관을 중심으로 조성한 혁신 클러스터 312만4천여㎡ 가운데 실제 기업이 입주한 면적은 63만3천여㎡로 20.3%에 불과했다. 또 혁신도시 입주기업 중 이전한 공공기관과 연계된 기업은 267개로 41.8%였지만 대구(106개), 충북(19개)의 경우에는 입주기업 모두가 이전 공공기관과 무관한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현재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은 있지만 기업은 없는 ‘나홀로 도시’ 측면이 없지 않다”며“혁신도시가 지역 성장 거점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에도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타당성 용역은 지난해 2억원 규모로 반영되며 급물살을 타는듯 했으나 국회사무처가 세종시 분원 설치와 관련한 ‘국회법 일부 개정안’계류 상태에서는 추진이 어렵다며 예산 반영 후 1년이 다되도록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지 않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은 선거 공약에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내걸며 당선된 만큼 청와대 집무실의 세종시 이전은 애초에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이유를 떠나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 취지를 담아 출범한 세종시 정상 건설에 역행하는 모습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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