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파트 대부분 공간 협소하거나 설치조차 않아
정문 외부차량 차단 설비로 출입 불가능한 곳도 있어
개정 소방법 적용 안돼 처벌 근거없어 계도활동에 의존

▲ 포항시 한 아파트의 소방차전용구역에 차량이 불법 주차를 한 모습. 과태료를 부과하려 해도 개정소방법이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처벌근거가 없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5일 오전 10시 포항의 A아파트 단지 내.

이 아파트에 직접 차량을 운전해 진입을 하자 제일 먼저 진출입 차량 검색대가 눈에 들어왔다. 폭은 3m정도 였고 차량 확인 후 통행이 허가되는 구조다.

실제 대형소방차가 진입한다고 가정했을 시, 여유롭지 못한 도로폭이고, 긴급한 피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소방차가 신속하게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쉽게 예상된다.

소방차는 크게 고가차와 굴절차, 펌프차로 나뉜다. 중량은 최소 3.9t에서 최대 40t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이들 소방차량의 폭도 대부분 3.5m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활한 소방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고려되는 사항으로 차량의 내부회전반경은 5.5m, 외부회전반경은 10.7m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아파트 내부에 들어서자 노란색 소방차전용구역이 보였다.

하지만 이 구역 역시도 관리가 제대로 되질 않아 도색이 퇴색돼 소방차 전용 구역이란 표식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소방차전용구역으로 진입하기 위한 출입로에 불법주정차량이 곳곳에 있어 소방차량의 진입을 더욱 방해했다.

특히 이 아파트의 한 소방차전용구역은 지하주차장 출입구 정면에 위치해 대형화재 발생시 차량대피는 물론,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까지 우려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와 같은 사정은 포항지역 상당수 아파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소방차전용구역 주차금지를 규정한 개정 소방법마저 적용되지 않는다. 소방차 전용구역 불법주정차가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처벌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구 용흥동의 B아파트는 단지 정문 출입부터 난관이었다. 철제 구조물로 된 외부차량 차단 설비가 가로막고 있다. 높이 2.5m 이상 차량은 구조물에 막혀 출입이 불가능하다.

소방차량들의 높이가 최소 2.15m에서 최대 3.95m에 이르고 대다수 소방차의 높이가 3.5m 이상임을 감안하면 대형 화재시 대처에는 속수무책이다. 더욱이 B아파트는 2천560여세대를 자랑하는 대단지 아파트지만 소방차전용구역은 불과 2곳뿐이어서 더욱 심각하다.

시민 김모(56·여)씨는 “야간이 되면 퇴근 차량이 몰려와 주차를 해 소방차량이 진입하기가 더욱 어렵다”며 “우리 아파트에 불이라도 크게 난다면 인명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걱정했다.

B아파트 소방안전관리자인 C관리팀장은 “우리 아파트는 1991년도에 준공돼 관련법으로도 소방차전용구역 설치가 권유사항인 것으로 안다”며 “설치를 위해서는 입주자대표위에 안건을 올려야 하는데 주차공간이 협소해 화단 절반이상도 주차장으로 바꾸는 현실을 고려하면 빠른 적용이 어려울 듯 하다”라고 해명했다.

B아파트 뿐만 아니라 다른 오래된 아파트들도 주차공간이 부족해 소방차전용구역 설치가 미비한 상황.

B아파트의 경우 전체 2천560여세대 대비 주차장면수는 불과 2천100여면 정도다.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지하주차장이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소방차전용구역 규격이 가로 5m, 세로 12m의 직사각형임을 고려하면 주차공간 부족을 호소하는 노후 아파트의 경우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소방당국의 적극적인 계도와 홍보를 통한 소방차전용구역 설치 마련이 필요한 대목이다.

경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최근 개정법이 소급적용이 되질 않아 소방차전용구역 표시 등에 대해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하지만 계도나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보완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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