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옥

수취불명의 편지봉투

녹슨 우체통에 반으로 꺾어져

단답형의 언어들이 보도블록에 덕지덕지하다

철거 혹은 개조심

누가 밟았을까

아이 손바닥에 터진 풍선껌처럼 압화되어있다

마주보고 서서도 낯설어 하는 사람들을 본다

화분에서 늙어가던 벤자민을 이야기한다던가

없어져 가는 섬의 안부를 묻는 사람도 없다

다만, 하품 같은 하루가

뚜껑 벗은 세탁기 속에서 배수된다

철강공단 굴뚝에 걸쳐진 새벽달

해안 안쪽으로만 몰렸을 상처의 흔적이다

이 시를 읽다보면 오래전 세상을 떠난 이창연 화백이 송도동을 제재로 그린 여러 편의 유화가 떠오른다. 송도 해안 20번길은 지금은 폐허가 된 포항송도해수욕장의 상가 뒷길쯤 되리라 생각이 든다. 한 때는 울창한 송림가에 은모래와 푸른 파도가 아름다운 휴양지였지만 그간의 산업화, 공업화를 거치면서 맑고 아름다운 송도는 사라지고 말았다. 시인의 안타까운 눈빛을 따라가다 보면 쓸쓸한 송도를 만나게 된다. 최근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들고 활기를 되찾는 송도를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가져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