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최근 정부는 모든 대학에 획일적으로 30%란 수치를 주고 그만큼 정시모집을 늘리라고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 연구비나 대학의 금전적 지원을 연계하여 이러한 획일적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 얼마 전만 하여도 수시모집을 늘리라고 하던 정부가 이젠 돌연 정책을 바꾸어 정시모집을 늘리라고 하고 있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과학고, 외국어고, 자사고 등 특성화 고교를 설립하라고 부추기다가 이젠 이런 특성화고를 폐지한다고 하여 학부모들과 충돌하고 있다. “그냥 내버려 두어라(Please leave me alone)”라는 영어표현이 이런 때는 적당한 표현인 것같다.

이러한 가운데 포스텍이 ‘대도무문(大道無門·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의 선언을 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포스텍 김도연 총장은 “정부 방침에 동의할 수 없으며, 우리는 정부안대로 정시모집을 늘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선언을 하였다. 김 총장의 선언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육부 눈치만을 보면서 전전긍긍하는 대학들이 대부분인데 과감한 선언을 한 김 총장의 대도무문의 모습이 신선하다. 김 총장은 “대학입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궁극적으로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는데, 그가 과거 교육부장관을 한 경험이 있기에 이러한 발언은 큰 무게가 실린다.

필자가 현재 재직 중인 디지스트(DGI ST·대구경북과기원)도 대부분의 신입생을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그것은 수시모집이 갖는 장점과 창의력 중심의 선발 방식에 대학들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과기대와 대부분의 주요 사립대학들도 김 총장의 발언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주요 사립대는 비공식적으로 대입 개편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교육부 권고를 따르지 않겠다는 김 총장 발언에 환호하고 있다. 심지어 포스텍의 경쟁대학들도 확실한 소신과 상당한 용기가 담긴 발언이라고 평하고 있다.

대학들이 학생 선발 방식에 대해 교육부와 다른 독자적 입장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기에 포스텍의 용기에 환호하는 형식으로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텍의 대도무문의 길은 ‘대학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포스텍의 대도무문의 결정은 종합적 분석에서 나온 판단이다. 2009년 첫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 당시 백성기 포스텍 총장은 “이번 입시 결과로 입학사정관제가 인재 선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포스텍은 학생부종합전형에 확신을 갖고 10년째 추진하여 왔고, 학생부종합전형(1단계 서류평가, 2단계 면접평가)만으로 학생 전원을 선발하고 있다. 지난 10년을 돌아볼 때, 합격자 배출 고교가 3배로 늘어났고 따라서 학생들의 구성이 다양해졌으며,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데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시모집의 확대는 소위 입시커트라인(요즘은 ‘입결’이란 단어로 불린다) 을 기초로 하는 대학 간의 대결이다. 이는 수시가 도입되기 전의 방식인데 창의력을 도외시한 시험성적에 의한 줄 세우기로 그 단점이 이미 알려졌기에 수시모집이 도입된 동기가 되었다.

다시 대학들을 입시커트라인의 경쟁에 몰아서는 안 된다. 아마도 대학들 중에는 정시모집이 필요한 대학도 있을 것이다. 그건 그러한 대학들의 자율에 맡기면 된다.

일률적으로 일정한 비율을 강요하기 보다는 대학들이 각자 필요와 특성에 따라 수시:정시 비율을 정하도록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 자율은 일시적 혼란이 있다 해도 결국 강한 힘을 갖는다.

거듭 포스텍의 대도무문의 길이 갖는 의미를 함께 음미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