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사드(THAAD) 문제로 인해 중국에 시장을 갖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고생을 했다. 중국은 그런 나라다.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얼마든지 기업을 구속하고 소비자들의 행동까지 제한할 수 있다. 이것이 중국 시장을 둘러싼 최대의 위험요인이다. 한국의 여행산업도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반토막 났었다.

그런데 최근 규제가 풀려가는 모습이다. 중국인들 가운데 한국 입국 비자를 받기 어려운 분들은 단체여행에 의존해야 하는데 중국정부는 한국 관광상품 출시를 막아 왔다. 그런데 중국정부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 배경을 살펴 보면 첫째, 중국이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스스로가 한국에게 이런 규제를 가한다는 것은 명분이 서지 않는다. 둘째,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마이크론’으로부터 반도체를 수입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에 더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 보면 중국이 한국에게 잘 해줘야 하는 하는 이유가 줄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으로부터 기술을 상납받고, 그 대가로 시장을 열어 줬는데 이제 한국이 줄 기술이 별로 없다. 구경제 산업 관련 기술은 한국을 거의 따라 잡았고, 신경제 기술은 오히려 중국이 앞서가는 상황이다. 즉 이런 호의가 지속될지 의문이다.

특히 중국 내수가 취약하고, 또 위안화 가치가 불안한 가운데 자금의 해외유출도 가급적 억제해야 한다. 즉 중국도 남의 나라를 챙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규제가 풀리고 있지만 증시에서 여행, 면세점, 화장품 등 한류 관련 산업 주가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앞서 언급한 우려들이 시장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 및 면세점 산업에 있어 중국정부의 규제 이외에 또 다른 부담은 한국인 여행출국자가 의외로 둔화될 가능성이다. 한국 또한 내수가 급격하게 경색되고 있다.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졌을 때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지출이 해외 여행이다.

한편 한국 면세점 가운데 그 동안 해외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이제부터 정상화되며 수익성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세계적으로 면세점 수익성이 위축되는 것으로 조사된다. 특히 공항 가운데 국내선과 국제선을 함께 사용하는 곳은 고속철도와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승객이 멀리 떨어진 공항까지 가서 공항에 대기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고속철도가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공사들도 공항 내 승객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즉 면세점에서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이 감소하는 것이다.

향후 한국인들의 주요 고객은 중국인들이 될 수 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 정부도 세련되어질 것이다. 그래야 상업의 중심지가 되고, 패권을 미국으로부터 물려받을 수 있다. 중국인들에게 가장 호소력 있는 콘텐츠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 게임이다. 그런데 여기에 큰 변화가 있다. 게임 퍼블리셔(publisher)가 협상력을 잃는 것이다.

퍼블리셔는 게임 개발자들로부터 인기가 있을만한 게임을 사서 애플, 구글에 몰려 있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팔아 왔다. 쉽게 장사를 해왔다. 그런데 애플, 구글이 개발자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한다. 누구든지 개발 아이디어만 있으면 그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맞춤형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퍼블리셔가 소외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증시에 상장된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이 퍼블리셔로 전락한 것이다. 즉 투자위험이 있는 개발을 피하고, 중개업에 집중했다. 반면 게임 개발업체들은 아직 소규모 업체로 남아 있는데 하반기부터 증시에 상장되며 성장할 것이다. 베스파의 ‘킹스레이드’나 펍지(Pubg)의 ‘배틀그라운드’는 퍼블리셔의 도움없이 성공한 게임이다. 이런 신생 게임개발업체들을 주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