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도시 포항 문화예술도시로 가는 길

▲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꿈틀로에서 열린 ‘꿈틀로 예술산책’에 참여한 가족단위 관객들이 예술가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꿈틀로에서 열린 ‘꿈틀로 예술산책’에 참여한 가족단위 관객들이 예술가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의 시작

1980∼90년대 포항에 거주했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카데미극장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시절 포항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곳 주변을 설명할 때 “옛날에 아카데미극장 있던 곳”이라는 부연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쉽게 와닿는다.

2017년 전국공모 통해 오랫동안 비어있던 점포에
임대료 등 지원받은 예술가 21개팀 둥지 틀어
올 3월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선정, 총 27개팀 입주
민간전문기구 ‘포항문화재단’ 으로 사업 이관
거리축제·문화장터·시민커뮤니티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 개최, 도심문화 앵커공간 조성 박차

글 싣는 순서

1. 밀라노 예술가들의 성지 ‘토르토나’의 탄생
2. 이탈리아 넘어 세계 최고를 꿈꾸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
3. ‘두마리 토끼 한 번에’ 순천 문화의 거리
4.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에서 가능성을 보다
5. 자생적 문화생태계 구축을 향해 가야할 길

지난 1979년 포항시 북구 여천동에 문을 연 포항 아카데미극장은 이후 20여년간 포항극장, 시민극장, 가고파극장, 명보극장과 함께 포항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졌다. 특히 이중에서도 아카데미극장은 598석으로 포항극장(518석), 시민극장(400석) 등을 제치고 지역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동시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극장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그런데 지난 2003년 포항지역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메가라인(현 CGV 북포항)이 등장하면서 급격한 변화의 시기가 찾아왔다.

최고급시설의 대형 스크린 8개를 보유한 메가라인은 관객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고 경쟁에서 밀린 단관들은 하루 입장관객이 10여명으로까지 줄어들며 사실상 괴사 수준에 이르렀다.

포항극장, 시민극장 등 경쟁업체들의 줄폐업 속에서 입장료 대폭할인, 예술영화관 지정 등 자구책을 찾아나섰던 아카데미극장도 끝내 버티지 영업난을 못하고 2003년 9월 문을 닫았다. 이후 이곳은 대형주점, 성인 나이트클럽 등으로 10여년간 활용되다 4년전 옛건물을 허물고 32세대 규모 나홀로아파트가 새롭게 들어섰다.

사라진 것은 극장만이 아니었다. 상가, 음식점, 주점 등 극장 주변에 형성된 상권이 극장폐업 후 불과 4∼5년 새 급격히 무너졌다.

상인들은 대부분 이 곳을 떠났고 거리는 빈점포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최근들어 폐허로 변해버린 이곳에 다시 희망의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포항시가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주무대로 이곳을 낙점한 것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포항시는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도시 조성 시범사업에 선정돼 국비 15억원, 도비 6억7천만원, 시비 15억8천만원 등 총 37억5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6년부터 옛 아카데미극장 일대 중앙로 거리를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로 명명하고 사업에 본격 돌입했다.

 

▲ 옛 아카데미극장 터에서 꿈틀로 거리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 옛 아카데미극장 터에서 꿈틀로 거리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선정으로 사업 박차

꿈틀로는 시민공모를 통해 정해진 공식 명칭으로 ‘꿈틀꿈틀’이라는 생기 있는 움직임과 ‘꿈의 틀’이란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포항시는 꿈틀로 주변의 오랫동안 비어있던 점포를 활용,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 2017년 11월 전국공모를 통해 회화, 공예,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21개팀이 빈 건물에 입주했다.

입주가 확정된 예술가들에게는 매월 30만원의 임대료와 간판지원비를 지원하며 이외의 비용은 예술가들이 직접 부담케 했다.

2018년에도 6개팀이 신규작가를 추가로 공모·선정해 현재 27개팀의 예술가가 꿈틀로에 입주해 있으며 그림책 마을, 꿈틀로 갤러리, 꿈틀로 운영지원센터 등 문화공간도 마련돼 있다.

입주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꿈틀로는 다양한 예술체험 및 교육의 장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자전거 톱니바퀴를 모양의 입체벽화와 포항북부경찰서 중앙파출소 건물을 활용한 부엉이파출소 등 스토리가 있는 독특한 조형물들이 거리 곳곳에 설치돼 꿈틀로의 상징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포토존으로 변신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에 꿈틀로가 선정되면서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도시 공간을 문화적으로 활용해 침체된 도심과 공동체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포항시를 비롯해 충남 천안시, 전북 군산시, 부산 영도구 등 4곳이 사업지로 선정됐다.

꿈틀로는 꿈틀 문화공작소인 ‘철수와 목수’와 꿈틀 시민 디자인 팅킹(Design Thingking) 스쿨, 꿈틀 예술자판기, 꿈틀로 문화카페 ‘청포도 다방’ 조성 등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주민·시민과 예술가가 중심이 되는 공유가치를 살린 차별적 프로그램을 제시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포항시는 이번 사업 선정으로 국비 8천만원을 지원받아 올해 1년간 총사업비 2억5천만원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한 꿈틀로의 장소성 회복과 커뮤니티 활동, 장소디자인 구축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됨에 따라 전문가 현장실사와 컨설팅을 통해 꿈틀로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사업의 실효성을 위한 예술가, 상인, 건물주 등 사업관련 주체들과의 거버넌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꿈틀로의 경우 현재까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이지만 타지역 사례를 살펴보면 공간재생사업을 시작으로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예술가와 주민이 해당 지역 밖으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흔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사업시작 당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예방책으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포항지회, 건물주, 예술가간 공동 협약을 맺기도 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 협의체간 지속적인 관계형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 꿈틀로 입주 예술가와 지역업체 직원들이 힘을 모아 간판을 제작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 꿈틀로 입주 예술가와 지역업체 직원들이 힘을 모아 간판을 제작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 예술가들만의 공간이 아닌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포항시는 지난 5월부터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재)포항문화재단으로 이관했다.

지난 2017년 2월 문화중심도시 도약을 목표로 출범한 포항문화재단은 1년여 동안 활동을 거쳐 민간전문기구로 잡으며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업 이관으로 포항시 공무원 중심에서 전문가 중심의 민간주도형으로 추진주체가 달라지면서 효율적인 사업추진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문화재단은 문화도시TF팀을 새롭게 구성하고 그동안의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사업의 완성도를 높일 새로운 밑그림 구상을 마쳤다.

특히 꿈틀로에 대해서는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한국예총 포항지회와 함께 꿈틀로에서 거리축제를 열어 예술가들이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지난 7월 6∼7일에는 꿈틀로 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여름날의 소소한 축제’가 열렸다.

축제에는 꿈틀로 예술가 18개팀이 참여하는 시민 예술체험을 비롯해 △아트마켓 △아틀리에 라면 토크 △작은음악회 △기획사진전 △캐리커처 그리기 △페이스 페인팅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또 도시재생 마을공동사업인 문화장터 ‘꿈짱’이 함께 열려 예술가들이 직접 제작한 아트상품을 전시·판매하고 즉석에서 캐리커처 그려주기와 예술체험 등을 진행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가을에 접어든 지난 1일부터 2일까지는 꿈틀로 입주예술가들이 마련한 시민커뮤니티 프로그램 ‘꿈틀로 예술산책’이 열렸다.

 

▲ 1. 소나기도예카페 2F (도예)2. 그림책마을 1F (시립도서관)3. 최병인아틀리에 2F (회화)4. 갤러리’꿈’ 2F (회화)5. 예’s 캐리커처 3F (캐리커쳐)6. 포항직장인밴드 1F (음악)7. 홈장난 1F (도예·페인팅)8. 사진공간SEE作 2층 (사진)9. 피터공작소 1F (파이프 공예)10. 빛루바토 2 F (사진)11. Porcelain By Kwijeong (포슬린아트)12. Podam Gallery Shop (포슬린 갤러리·아트숍)13. poAtec 2F (예술심리치료)14. 꿈틀갤러리 2F (전시공간)15. 꿈틀로운영지원센터 2F (안내)16. 예린홈이야기 1F (도예)17. 카빙&조이 1F (식품조각)18. 다온메탈 1F (금속공예)19. 디자인하우스 1F (목가구·목공예)20. 박수철아틀리에 3F (회화)21. 박승태아틀리에 3F (회화)22. 100 theater 3F (연극·뮤지컬)23. 극단가인 5F (연극)24. 포항아트챔버오케스트라 2F (오케스트라)25. 업사이클아트 9.6 (하은희)26. 아트갤러리 빛 (이나나)27. 다다다 오피스 (박소희·이종호)28. 花요일 (변지희·박근화)29. 흙내음 풀내음 (김주헌)
▲ 1. 소나기도예카페 2F (도예)2. 그림책마을 1F (시립도서관)3. 최병인아틀리에 2F (회화)4. 갤러리’꿈’ 2F (회화)5. 예’s 캐리커처 3F (캐리커쳐)6. 포항직장인밴드 1F (음악)7. 홈장난 1F (도예·페인팅)8. 사진공간SEE作 2층 (사진)9. 피터공작소 1F (파이프 공예)10. 빛루바토 2 F (사진)11. Porcelain By Kwijeong (포슬린아트)12. Podam Gallery Shop (포슬린 갤러리·아트숍)13. poAtec 2F (예술심리치료)14. 꿈틀갤러리 2F (전시공간)15. 꿈틀로운영지원센터 2F (안내)16. 예린홈이야기 1F (도예)17. 카빙&조이 1F (식품조각)18. 다온메탈 1F (금속공예)19. 디자인하우스 1F (목가구·목공예)20. 박수철아틀리에 3F (회화)21. 박승태아틀리에 3F (회화)22. 100 theater 3F (연극·뮤지컬)23. 극단가인 5F (연극)24. 포항아트챔버오케스트라 2F (오케스트라)25. 업사이클아트 9.6 (하은희)26. 아트갤러리 빛 (이나나)27. 다다다 오피스 (박소희·이종호)28. 花요일 (변지희·박근화)29. 흙내음 풀내음 (김주헌)

이번 행사는 예술체험, 아트마켓, 캐리커처 그리기, 페이스페인팅, 아틀리에 팥빙수 토크, 꿈틀로 작가전 및 작가전 경매, 작은 음악회 등 다채로운 예술행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아틀리에 팥빙수 토크에서는 지역 유명예술가인 박수철 화백이 시민들과 함께 팥빙수를 나눠먹으며 그의 작품세계에 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꿈틀로 작가전 출품작 경매에서는 꿈틀로 작가들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준비한 행사로, 시민들은 예술가들이 그동안 작업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경매를 통해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포항문화재단은 앞으로 꿈틀로에서 정기적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커뮤니티프로그램을 마련해 꿈틀로를 시민이 즐겨 찾는 도심 문화 앵커공간으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황상해 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TF팀장은 “꿈틀로는 포항시와 지역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탄생한 공간이다”며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참여자 간의 협업과 소통, 이를 지원하는 행정지원체계, 전문가의 컨설팅 등 다각적인 거버넌스 구축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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