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상형 사회복지를 말할 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을 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이 내세운 사회복지 정책의 슬로건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최소한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준다는 뜻이다. 영국의 학자 베버리지가 주창한 ‘베버리지 보고서’에 나오는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혼란했던 사회를 다시 재건하는데 적합한 이론으로 당시 영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

베버리지 보고서에는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은 정액 보험료를 부담한다”와 “재정은 피보험자와 고용주, 국가 3자가 공동 부담한다”는 내용이 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국민연금제와 비슷한 취지의 정책 내용을 담았다. 유럽 국가들이 일찍 국민연금제 등이 발달하고 복지 선진국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이를 본 따 ‘태내에서 천국까지’라는 말로 국민 복지를 찬양했다. 국가가 국민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나라를 복지 국가라 부른다. 국민의 생활을 얼마나 높게 또는 질 좋은 보장을 해주느냐에 따라 복지 선진국 여부를 따진다.

유럽의 핀란드는 복지 선진국이다. 국민이 어떤 병으로 아프더라도 의료비 걱정이 별로 없는 나라다. 학비도 자신이 공부하고 싶으면 대학원까지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 한다. 반면에 국민은 다른 나라보다 많은 세금을 낸다. 공동분담에 의한 사회복지 실현이라는 점에서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다.

우리나라도 내년도 예산을 사상 최대치인 470조5천억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복지 비중을 35%로 잡았다. 사회안전망 구축과 국민 삶의 질 개선 등에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많은 복지예산 투입에도 국민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행복지수는 그렇지 못한 것같다. 특히 최근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이 떨어지고 연금료 인상 불가피성 등이 알려지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많다. 1988년 첫 시행 후 전 국민연금시대를 열었으나 노후의 안정을 담보할 국민연금 자금 운용에 대한 확실한 좌표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민연금 운용 방식에서부터 국민의 신뢰를 찾는 것이 급하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