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민주당 전국 당 대회는 어떻게 치러지는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할까.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현장을 둘러보았다. 전국의 당 대의원 1만5천 여 명 중 1만 명 이상이 참여한 대회장의 분위기는 여름 날씨 이상으로 뜨거웠다. 전국 각지의 300여 대의 버스가 모여들었고 대회장 입구에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 지지자들의 구호로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개회가 선언되자 대회장은 발디딜 틈이 없이 꽉 차 버렸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비공식적으로 당원 150만 명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당원 수로는 독일의 기민당보다 훨씬 많은 편이다. 일당 독점인 북한 노동당원이 약 200만으로 추산하는데 민주당의 당원수도 많이 늘어났다. 민주당은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이 71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날 당 대회는 전국의 대의원 1만여 명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기 위한 중요한 회의이다. 성원 보고에 이어 경과보고, 당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당 강령과 당헌 개정이 있었지만 대의원들의 관심은 온통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에 집중되었다.

후보자의 열띤 정견 발표가 시작되었다. 단상에 오른 송영길 후보는 ‘당의 세대교체’를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의 ‘북방 경제’를 개척하겠다는 연설은 그의 뚝심 이미지와 결합되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렸다. 김진표 후보의 ‘경제위기 극복’을 통한 침체된 경제를 살리겠다는 주장은 대의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득표로 연결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등단한 이해찬 후보의 ‘20년집권 플랜’은 그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당내 선거용으로는 적중한 연설이었다. 이번 선거는 대의원 투표 45%, 전국 권리당원 ARS투표 40%, 일반당원 5%, 국민여론 10%를 반영하는 선거이다. 이날 대의원들의 투표 반영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대회장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개표 결과는 42%를 얻은 이해찬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의 당선은 친문과 친노의 열성적인 당원들의 조직력에 기반한 예측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돌아오는 차창에서 이번 당 대회에서 민주당이 얻은 소득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이해찬 당대표의 당선은 민주당 위상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당·정·청 관계에서 청와대는 보여도 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 당대표는 내조형의 조용한 리더십보다는 할 말은 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선호할 것이다. 반면 그의 리더십은 돌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이 여야관계나 당정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당 대회의 또 하나의 수확은 최고위원 세대교체가 원만히 이루어진 점이다. 선거 결과에서 보듯이 40대 박주민과 김해영의 최고위 입성은 당의 동력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박주민은 당 중진 후보를 누르고 최고 득표로 당선되었다. 이는 민주당 당대표의 올드보이 이미지를 상쇄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찬 대표의 민주당이 극복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는 20년 장기집권 플랜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한국의 정치 향방은 사실 한치 앞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한국인들의 정치적 조급성은 일당의 독점이나 장기 집권을 절대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제 경제 회복 등 현실 문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성장론은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수없이 많다. 시장경제와 기업의 자생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재정 지원 성장론에는 수없는 비판이 따른다. 한국의 장래를 복지 포퓰리즘에 파탄난 아르헨티나 경제에 비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20년 플랜에 앞서 당면한 경제적 위기부터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상승의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