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성 우

한때 나는, 내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와

미루나무가 쓸어버린 초저녁 풋별 냄새와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다

시인은 간절히 간직하고 싶은 풍경 몇 장을 넣을 봉투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이미 시인은 수 천 수 만의 봉투에 그 깨끗하고 아름다운 옛일, 풍경들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 봉투는 시인의 가슴과 감동적인 인식이라는 보이지 않는 봉투가 아닐까. 우리들 가슴 속에도 우리만의 간절한 봉투 몇 장씩 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