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소리와 색의 변화로 시간의 흐름을 말한다. 매미 소리만 들리던 귀에 이제 왕귀뚜라미를 비롯하여 ‘긴 꼬리’, ‘방울벌레’ 등 가을 곤충들의 소리가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성질 급한 단풍들은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입었으며, 독립심 강한 나뭇잎들은 나무를 떠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색을 비롯하여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낙엽거사(落葉居士)의 삶을 시작했다.

이런 자연의 변화는 곧 자연의 이야기이다. 자연은 말한다, 여름과 가을이 자리바꿈을 하고 있다고. 그러니 여름을 놓아주고 가을맞이 준비를 하라고! 그리고 제발 너무 호들갑을 떨지 말라고. 뭐든지 급작스럽게 일을 밀어붙이다가는 사달이 나도 크게 난다고.

그런데 자기만 잘 났다고 떠들어대는 인간들에게는 자연의 이야기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아니 인간들은 들을 생각 자체가 없다. 인간들은 모든 것들을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해석한다. 태풍에 붙은 수식어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더위가 맹위를 떨칠 때는 효자 태풍이니 뭐니 떠들어대다가 급박한 위기에 처하면 슈퍼 태풍 등으로 이름을 바꾸는 인간들! 이번 여름, 자연은 인간들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똑똑히 보라며 극한의 자연 현상을 보여주었다.

재난을 이야기할 때 천재(天災)와 인재(人災)로 나눈다. 그런데 엄격히 말하면 천재는 없다. 천재 또한 그 시발점은 인간이다. 세상에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 무서움 중 하나를 필자는 혼돈에 빠진 교육계의 모습을 통해 보고 있다. 지금 교육계는 분명 재난 수준의 혼돈에 빠졌다. 말이야 학생들을 위한 교육 혁신이라고 하지만, 혁신 정책 어디에도 학생은 없다. 학생이 있어야 할 자리에 버젓이 정치 이념을 들이고서도 입안자들은 모두가 학생을 위한 것이라고 뻥을 치고 있다. 선택 과목을 늘리든 뭐든 간에 지금의 모든 교육 정책들이 줄 세우기를 통한 입시에 맞춰져 있음을 뱃속 태아도 알고 있는데, 정치권에 빌붙은 교육 입안자들은 언제까지 학생 타령을 하며 교육을 정치 수단으로 만들 것인지?

2022 입시 개편안과 관련된 공문을 보았다. 추진 배경에 이런 말이 있었다.

“미래 사회에 대비해 융합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지식과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 필요. 또한, 모든 학생의 잠재력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생산가능 인구 감소가 국가 성장동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

정말 훌륭한 말이다. 이 말이야 말로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말만 가지고 교육을 한다면 분명 이 나라는 교육 낙원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인구 절벽 현상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누구 봐도 기이하기 짝이 없다. 대입 제도만 바꾼다고, 선택 과목만 늘린다고 이 나라 교육의 바뀔까.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계속 땜질식 정책을 쏟아내니 이 나라 교육이 누더기로 변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지금 우리나라 교육을 살릴 방법은 딱 한 가지다. 그것은 바로 교육을 정치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학교에 자율권을 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하는 교육은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교육 독립 운동을 위해 떨치고 일어서야 한다.

그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교육을 혼돈에 빠뜨린 세력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지금처럼 그냥 물러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또 학생 핑계를 대면서 정치의 하수인이 되어 교육을 정치 이념으로 물들이는 파렴치범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책을 입안하고 밀어붙인 사람에 대해서는 정치적, 도의적 책임뿐만 아니라 금전적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지금과 같은 교육 대혼돈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