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유일 野 지역 TK만 ‘싹둑’
인구 수 대비하면 더 황당
노골적 홀대 충분한 여지
지역 정치권 책임론 비등
여당 동진에 활용 시각도

문재인 정부의 대구·경북(TK) 홀대가 도를 넘고 있다. 정부 주요 기관에서 TK지역 인사가 배제된 데 이어 예산홀대마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 예산보다 9.7% 증가한 470조 5천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을 짜고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TK지역만 국비지원이 삭감되자 지역여론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정부 내년도 예산 편성안에 따르면 경북은 3조1천635억원으로 올해 3조2천474억원 대비 839억원(2.6%), 대구는 2조8천900억원으로 올해 3조43억원 대비 1천143억원(3.8%)이 각각 삭감 편성됐다.

반면,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당선된 지역의 경우 예산이 모두 증액 편성됐다. 전년 대비 예산 증감 내용에 따르면 부산시는 6조613억원으로 13.5%, 경남도는 4조 8268억원으로 5.7%, 광주시는 2조149억원으로 13.2%, 전남도는 6조1천41억원으로 10.9%, 전북도는 6조2천954억원으로 11.35%가 각각 늘어났다. 또 충북도의 경우 5조2천764억원으로 4.6%, 세종시는 3천698억원으로 5.1%, 대전시 역시 3조 22억원으로 6.5%가 증액됐다. 정부가 전년대비 증액예산을 편성했고 전국 15개 광역자치단체들이 모두 전년 대비 예산이 증가했다. 무소속 단체장이 당선된 제주시도 1조 2992억원이 편성, 2.1% 증가했다. 유독 TK지역만 소외됐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의 득표수를 기준으로 예산을 분배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인구수에 따른 공평한 예산 분배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아 노골적인 TK홀대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5월 현재 경북 268만2천여명, 대구 247만여명으로 광주 146만여명, 전남 189만여명과 비교해 TK가 180만명이 더 많다. 그러나 전남의 경우 경북보다 2배에 가까운 6조8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반면, 경주와 포항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진에 따른 대책 사업비 등이 전액 삭감됐다. 호남지역 예산 증액이 전년대비 10% 이상 돼 문재인 정부는 ‘호남편중 예산’‘지역차별’ ‘TK패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과 대구시,경북도에 대한 책임론도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뭐했냐”는 지적이다. TK예산 확보를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했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 대구시와 경북도는 국비확보TF를 구성해 정부 부처를 찾아가고, 지역의원은 물론 보좌진과 예산정책협의회, 정부부처 방문 등을 통해 TK지역 예산을 적극반영하려 했지만 노력한만큼 결과가 신통찮다. 특히 신규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는 등 동분서주했으나 알맹이 없는 깡통에 그쳤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TK예산만 삭감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동진(東進)정책 지원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TK지역 광역단체장과 TK지역 의원들에게 예산삭감을 적극 방어하지 못한 책임을 뒤집어씌운 뒤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TK지역 예산을 적극 반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29일 첫 현장회의를 TK의 본거지인 구미에서 개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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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지역 관계자는 “이해찬 신임 당대표가 첫 현장회의를 TK의 본거지인 구미에서 개최하는 등 한국당 텃밭인 TK를 집중공략하려 하고 있다. 구미 현장 회의에서도 ‘TK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원하겠다’고 발언했다”며 “민주당이 예산심의 과정에서 TK예산에 신경썼다는 인식을 TK지역민에게 심어주려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런 기류가 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TK의원들도 가만히 당하지만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의원들과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공동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TK발전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TK예산 확보에 총력전을 쏟겠다는 각오다. 또 30일 TK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TK예산 확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대구시당위원장인 곽대훈(대구 달서갑) 의원은 “국회 예결위에서는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않은 예산은 아예 배제되는 만큼 상임위에서 예산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 의원들과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면서 “30일 TK의원들이 만나는만큼 이 자리에서 예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경북도당위원장으로 내정된 장석춘(구미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지역적으로 예산을 분배한 부분이 없지 않은 것같다”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뿐만 아니라 상임위에서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철화·박형남기자

    정철화·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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