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총기사건 범인 제압
박종훈씨, 상금 전달 ‘화제’
“추가피해 없어 다행”

“다른 분들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제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도 아닌데. 유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발생한 엽총사건의 범인을 제압해 추가 피해를 막은 박종훈(53)씨가 LG복지재단으로부터 받을 ‘LG 의인상’의 상금 3천만원을 유족에게 전달키로 했다.

LG복지재단으로부터 지난 26일 LG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통지를 받은 박씨는 이튿날 곧바로 LG 및 봉화군 관계자에게 ‘상금을 유가족에게 전달했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박씨의 이러한 선행 뒤에는 부인 민덕순(51)씨의 배려 깊은 의중이 많이 작용했다. 민씨가 남편에게 기부하자고 먼저 제안했고 두 아들도 한마음으로 이 뜻에 동참했다.

박씨는 “어제 아침 가게에서 아내가 먼저 상금을 유족들에게 기부하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안타까운 일로 받은 상금인데 저도 그렇게 쓰는 것이 맘이 편하고요.”

부인 민씨는 알루미늄 섀시업에 종사하는 남편 박씨를 도와 사무실 겸용으로 사용하는 가게에서 화장품과 유리액자 제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오전 박씨는 경로당 보수 공사 일로 소천면사무소에 들러 담당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첫 번째 총소리를 들었다.

총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니 피의자 김모(77)씨가 한 차례 엽총을 발사한 후 다른 사람에게 또다시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이를 목격한 박씨는 곧바로 피의자를 제압하려고 달려갔다.

박씨는 총열을 붙잡고 몸싸움을 한 끝에 엽총을 빼앗아 던졌다. 이어 다른 직원들과 함께 힘을 합쳐 피의자를 붙잡았다.

총에 맞은 두 직원은 결국 사망했다. 제압하는 과정에서 총알 두 발이 더 발사됐지만, 추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김씨는 붙잡힌 상태에서도 칼을 꺼내 들었지만, 박씨가 직원들과 함께 이를 빼앗았다. 박씨는 곧이어 출동한 경찰에 피의자 김씨를 인계했다.

박씨는 “막기 위해 달려드는 순간 총구를 내게 돌렸지만 제압하지 않으면 더 큰 사고가 날 것 같았다”며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어 다행이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직원이 목숨을 잃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봉화/박종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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