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소득주도성장론 논란과 관련 “최근 악화된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선택의 문제도, 선후의 문제도 아닌 반드시 같이 가야할 필연의 관계”라 했다. 이에 앞서 문대통령은 여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축사에서 “우리는 지금 올바른 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말해 최근 고용참사와 관련, 논란을 일으킨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저임금 노동자 및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올려 소비증대→기업투자 및 생산확대→소득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거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으로 임금을 올린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을 앞세운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1년만에 ‘고용과 분배’라는 정책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에 정반대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최악의 상황이 빚어진 셈이다. 가진 자는 더 많아 가져갔고 없는 자는 더 쪼들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구소득을 5개 분위로 나눴을 때 최상위층인 5분위의 명목소득은 10.3% 증가했다. 반면에 최하위층인 1분위는 7.6%가 줄었다. 문 정부가 주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시행 이래 소득 양극화 상태가 오히려 10년만에 가장 나빠졌다. 취업자 수도 지난 7월 경우 5천명밖에 늘지 않았다. 작년 같은 기간 31만6천명의 1.6% 수준이다. “고용참사 분배참사”라는 야권과 언론의 비판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비판을 받아도 마땅할만한 통계 결과다.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분적 문제를 보완키 위해 내놓은 일자리안정자금도 집행률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고용노동부 등의 독려로 신청률은 전국적으로 93%를 넘겼으나 실제 집행은 30%선에 그치고 있다. 심사단계에서 지원조건이 맞지 않는 등 현실적 이유로 대부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여건을 따져보지 않은 탁상공론적 발상의 결과다.

고용사정 악화나 소득분배 왜곡 등의 문제를 덮어놓고 기다려 달라는 말은 정책을 책임진 사람으로서는 무책임한 태도다. 이 문제가 시간을 벌면 해결될 정도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고용과 배분을 시장경제 중심으로 접근치 않고 인위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수를 둔 것이다.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문 정부가 반드시 가야 할 길”, “과거 정책으로 회귀하란 말인가” 등을 언급했다. 정책이 실패해도 가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과거 정책이라도 좋은 것은 가져오는 것이 정부다. 정책의 결과가 국민의 짐이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