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장 6명 등 부·차장급 사무직원 26명 대상
일부 직원 “수용 못하겠다” 반발, 대기발령 상태
“자발적 명퇴냐, 강제해고냐” 해석 놓고 의견분분

동국제강이 지난 달 부·차장급 사무직원을 무더기로 권고사직 조치한 사실이 27일 뒤늦게 밝혀졌다.

동국제강은 지난 6월말 업황 악화, 실적부진에 따른 조직개편 차원에서 부·차장급 사무직원 26명을 지난 1일자로 권고사직토록 했다. 포항공장 부·차장급 직원 6명을 포함해 인천, 당진, 부산, 본사 등에서 총 26명이 퇴직했다.

이 가운데 24명은 회사측의 권고사직을 수용했으나 나머지 2명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티는 바람에 현재 대기발령 상태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이들에게 권고사직 조치를 하면서 14개월치 급여를 위로금 명분으로 지불했다는 것.

회사측이 이들에게 권고사직을 강요했느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직했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직원은 “회사측이 권고사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발적으로 명예퇴직한 것이라고 밝히지만 사실상 강제해고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권고사직당한 이들 가운데 부·차장급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이 대부분이어서 자녀 교육 등에 한창 금전지출이 많은 연령대여서 특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권고사직을 당한 김모(53·포항시 양덕동)씨는 “회사측에서 조직개편 차원의 권고사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바람에 거부할 수 없었다”면서 “20년 넘게 회사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일해 왔는데, 어느날 아침에 헌신짝처럼 버림받는 것같아 아쉬움과 배신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동국제강의 대규모 권고사직 조치는 지난 6월 부임한 김연극 사장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구조조정 전문가로 그가 이번 조치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무에서 임동규 부사장을 제치고 사장 자리에 오른 김 사장은 이번 권고사직 조치가 승진에 크게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파격 승진할 때부터 동국제강이 조만간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에도 후판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500여명(협력업체 포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번 권고사직 배경에는 경영실적 부진도 한몫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5월 경영실적 공시를 통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3% 급감한 206억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2분기에도 흑자를 내지 못하면서 구조조정이 차·과장급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나돌고 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내린 권고사직 조치라 정확한 내용파악을 하기 어렵다”면서 “하반기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 조치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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