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지난 18일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됐다. 유전자를 갖고 있는 자원 (genetic resources)을 가져다 쓸 때 자원보유국에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목적은 첫째, 자원보유 신흥국을 보호하고, 둘째, 무분별한 생명자원 개발 방지에 있다. 식물, 곡물, 미생물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유전자를 엔지니어링하여 상품을 개발하는 화장품이나 바이오 업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기존에 거래를 하던 원자재에 대해 소급 적용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해당 자원의 유전자를 연구, 개발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때는 보상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곡물을 수입하여 식용으로 사용하면 문제 없지만 그 유전자를 분석하여 신제품으로 만들면 보상을 해야 한다.

지금 열리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는 바이오 산업인데 나고야 의정서로 인해 그 연구개발에 있어 의욕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바이오 의약품 수요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안 된다.

사실 나고야 의정서의 근본적인 배경은 자원보호주의에 있다. 이는 미국의 달러패권에 맞서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자금을 미국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그가 세계 경제에 갈등을 조장하는 것 만으로도 안전자산인 달러를 찾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특히 협상 초기에 확실히 몰아붙이는 그의 저돌적 태도 역시 미국 뒤에 숨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또한 그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갖고 있는 해외 자금의 본국 송환을 주문하고 있다. 이렇게 들어온 자금은 주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사용되므로 미국 주식에 투자매력이 생기고, 주변 자금들도 따라서 미국으로 간다. 반면 자금을 빼앗긴 신흥국 정부는 달러 부족에 시달리며, 외환보유고에 있던 금을 팔아 달러를 사야 하는 입장이다. 그 결과 금 가격도 신흥통화의 가치처럼 달러에 대해 일방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 자체를 보더라도 미국이 상대적으로 건강해 보인다. 리만 사태 이후 4조달러를 시중에 푼 결과 금리가 낮아졌고, 미국의 소비자들은 부채 부담을 크게 줄였다. 그렇다면 달러가치가 절하되어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재화의 가격이 올랐어야 했지만 달러가 기축통화라서 그렇지 않았다. 결국 미국인들은 원자재를 헐값에 샀고, 또 수출국 노동자를 착취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푸틴은 미국을 기생충에 비유하기도 했다.

1980년대 레이건은 각 나라의 비교우위를 살리자며 글로벌화(globalization)를 권유했다. 이것이 달러위주의 단일 통화 경제를 의미하기 때문에 레이건의 제안에는 “달러 갖고 장난치지 않겠다”는 전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금 장난을 치고 있다. 당장은 시스템을 바꿀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미국에 휘둘리고 있지만 이는 달러 패권이 약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런 배경 속에서 자원보유국들의 단합이 강화되고 있다. 사우디도 미국의 이란 제재에 대비하여 원유 증산을 약속했지만 최근 부분적으로 취소했다. 그들도 유가를 보아 가며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나고야 의정서도 지금은 보호 대상이 식물, 미생물 등 유전자가 있는 것에 국한되고 있지만 나중에는 미네랄, 희귀금속 등으로 확대될 수 있고, 보상 금액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지난해 나고야 의정서의 시행 초안을 마련했고, 내년부터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물론 보상을 해야 하는 미국은 불참했다. 한국은 자원이 없으므로 연구개발에 의존해야 하는데 그 비용 부담이 증가해 한국이 점차 연구개발하기에 덜 매력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즉 우리 젊은이들은 일을 위해 한국을 떠나게 될 것이고 이것은 장기적인 원화가치 절하 요인이다. 원화가치가 떨어질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인구노령화인데 또 다른 요인들이 생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