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정전 협정은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클라크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가 최종적으로 서명해 체결됐다. 휴전선 남북 2㎞는 비무장 지대(DMZ)로 설정되고 민간인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됐다. 휴전 이후에도 빈번한 무력 충돌까지 있었으며 군사적 긴장은 계속됐다. 벌써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이나 지났다. 6·25 전쟁이 사실상 끝난 시점에서도 종전은 선언되지 않고 있다. 정전협정이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경우는 한반도가 유일하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미국에 종전선언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우선적 이유는 북한 당국이 종전선언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실질적인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함이다. 2차대전 후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이라크에서 후세인, 리비아에서는 카다피의 생명을 빼앗아 갔다. 미국의 특공대는 신출귀몰한 빈 라덴까지 사살해 버렸다. 북한 당국은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미 제국주의 타도’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다. 북한이 선군정치나 강성대국 건설을 표방한 것도 결국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염두에 둔 처사였다. 북한 당국이 몇해 전 ‘핵 주권 국가’를 선포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비핵화의 전제로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종전선언을 토대로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과 북미 수교로 나아가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것이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두 번째 이유는 미국의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비핵화 없는 대북 제재완화는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사실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취약한 경제에 더욱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그간의 지속적인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의 숨통을 막고 있는 것이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선대와 달리 여러 개의 경제특구 설정 등 경제 발전에 관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스위스 유학시절 서구 선진국 소비문화를 체험했고, 도쿄의 디즈니랜드도 관광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김정은은 대북제재의 완화나 해제만이 북한 경제 발전의 동력을 회복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러한 급박한 북한의 경제 사정이 종전선언을 통한 대북 제재완화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북미간의 종전선언은 북한 당국의 요구처럼 쉽게 풀리기는 힘들다. 종전선언은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지만 현재로서는 단번에 선언되기 어렵다. 선언 당사국 문제에 관한 합의도 그렇게 쉽지 않다. 미국 트럼프는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돼야 종전선언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핵화의 과정과 절차 역시 그리 간단치 않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핵 원료, 핵시설, 핵기술 목록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종전선언 전의 핵 목록의 제출과 핵사찰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 발사대 폐기 대가로 종전선언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북간의 이러한 미묘한 입장 차이가 종전선언을 미루는 배경이며 딜레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폼페이오의 다음 주 4차 방북은 취소됐다. 북미간의 입장의 간극이 좁혀지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나 양측은 회담의 동력은 이어갈 것이다. 트럼프는 11월 미 중간선거 전까지 북미 협상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하며, 북한 김정은 역시 북미 정상 회담의 가시적 성과를 인민들에게 보여야하기 때문이다. 실무 회담이든 정상회담이든 북한이 비핵화의 부분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미국이 이를 수용하면 종전선언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사태의 추이를 냉철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