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말 선

아버지의 직업은 씨뿌리는 사람이었다 나는 의자 위에서 끄덕끄덕 존다 나는 변기 위에서 애써 뿌리를 내린다 (중략) 나는 앉은자리에서 등을 웅크리고 멀리 뿌리를 뻗는 데 몰두한다 앉은자리에서 캄캄하게 속이 썩어간다 그런데요 아버지 내 몸이 자꾸 기우뚱거려요 어딘가로 쏟아져요 아버지, 나를 꽝꽝 박아주세요

아버지가 뿌린 씨인 자신은 아버지의 영토 안에서 뿌리내리고 사육되는 갇힌 존재다. 시인은 자신을 얽어매고 구속하는 어떤 욕망들에 의해 조종당하고 통제되는데 대한 거부의 목소리을 내고 있음을 본다. 그게 설혹 질서와 윤리일지라도 그 폐쇄적인 굴레를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