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최근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의 정치적 정세변화에 맞춰 북한과 중국, 북한과 러시아는 물론 북한과 일본이라는 한반도를 둘러싼 4개국의 국가전략과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도 변화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급변하는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의 변화는 그동안 한반도 동해안의 군사도시, 철강도시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던 포항시의 입장에서는 해외기업의 유치, 나진-핫산프로젝트의 재추진 가능성, 북한동해안해역의 오징어 남획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언론 등을 통해 파악되고 있는 북방경협과 관련한 중앙정부의 주요 구상에서 포항시의 역할과 기능을 기대할만한 그림은 잘 보이지 않는 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에서 제시되었던 한반도 동해안 철도선 연결과 같은 프로젝트의 경우 최근 발표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 등을 볼 때 포항까지 내려오는 한반도 동해안철도선보다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북한지역 동해안철도선과 통일경제특구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방도시의 경제적 이익을 ‘시익(市益)’이라고 한다면 국가전략적인 경제적 이익은 ‘국익(國益)’이라고 할 수 있다. 지자체의 입장에서 아무리 중요하고 시급한 대책이라고 할지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뒤틀 정도의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현재 포항시는 단순히 희망적인 차원에서 부화뇌동하지 않고 단기적인 성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중장기적인 시야에서 과연 어떠한 부분에서 국가정책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시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야할 때다. 포항시가 그리는 ‘시익’의 극대화는 동해안 유일의 국제컨테이너항만이라는 장점, 남북한과 러시아가 공동 추진하였던 나진-핫산프로젝트의 시범운항 경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및 일본 서안지역과 정기항로를 운용중인 상황, 국제여객부두의 공사완료시 카페리나 국제크루즈선의 항로 개설 전망 등을 모두 고려한 공통분모를 찾아야만 이뤄질 수 있다.

때마침 오는 11월 제1차 한러 지방협력포럼이 포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는 포항이 앞서 나갈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선점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제1차 포럼을 포항이 개최하였다고 하여 2차, 3차까지도 포항에서 개최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포항에 동북아지자체연합사무국이 있기는 하나 그것이 한러간 지방협력을 포항이 주도할 수 있다고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방외교 분야나 북한이 개입되어 국가 간 협의가 필요한 주제보다는 민간차원에서 실행 가능한 한러간 수출입 확대방안, 포항-블라디보스톡 간 운항중인 항로의 활성화 방안 등 최대한 현실적이고도 실행 가능한 논의를 우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포항시는 블라디보스톡시와 지자체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경제, 사회, 문화, 예술분야 등 다각적인 교류협력의 기반을 이번 기회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최근 100년만의 무더위 지속 현상 등을 고려할 때 북극해항로의 조기 상용화에 대비하여 포항해양과학고와 자매 결연중인 블라디보스톡의 네벨스코이 국립해양대와 북극항로전문가 양성을 위한 ‘한러해양전문가양성아카데미(가칭)’의 공동 설립 내지는 동교의 포항분교 유치와 같은 프로젝트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포럼의 개최를 최상의 기회로 삼아 포항시가 이와 유사한 형태의 각 민간부문간 교류, 협력을 위한 논의의 장을 통해 ‘시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