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민원인 엽총난사 사건의 여파가 생각보다 깊다. 엽총을 들고 나타나 근무 중인 공무원을 조준사격한 일이 공무원 사회에 불안과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이 악성민원의 끝자락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악성민원에 일상적으로 시달려온 공무원들에게 심각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악성민원에 대한 체계적 대응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봉화 엽총사건에 앞서, 대구·경북지역에는 민원인이 공무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대구 달서구청에서는 민원인 C씨(31)가 구청 공무원 D씨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해 6월 안동에서는 하회마을 상설공연장에서 문화단체 간부가 시청 공무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6일 대구 서구의 한 주민센터에서는 민원인 A씨(60)가 사회복지 공무원 B씨를 폭행했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고질적인 악성민원의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악성민원은 민원담당자에게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안기는 것은 물론 행정력을 낭비하고, 정당한 공무 집행을 방해한다. 악성민원의 형태는 다양하다. 공무원을 괴롭히기 위한 가짜민원 행태도 비일비재하다. 업무처리에 앙심을 품고 정보공개청구를 무차별적으로 해대는가 하면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고발 내용을 부풀려 반복 게재하는 행위도 있다. 적법하게 처리한 민원처리 결과에 불만을 품고 지속적 반복적으로 기관을 방문하는 것도 대표적인 사레다. 기관장 면담을 요구하며 동일·유사한 민원을 거듭 제기하기도 한다. 일반사회 관념으로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업무담당 공무원에게 성희롱·욕설(폭언)·협박·기물파손·신체적 상해 등 불법 또는 부당한 행위의 형태를 보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또, 타당한 근거 없이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되풀이하거나, 민원을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한 업무담당 공무원에게 불만을 품고 징계 등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악성민원인 문제를 겪더라도 심각한 폭행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그냥 참고 넘긴다. 일부 공무원들의 주장처럼, 이번 봉화 엽총사건은 수년간 이어지며 곪을 대로 곪은 악성민원인 문제가 폭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일선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신변보호를 위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적의적법하게 이뤄지는 공무행정에 대한 악의적인 민원행태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일선 공무원들이 어처구니없는 위해와 봉변을 당하지 않도록 효율적인 대응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이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일선 공무원들의 기본권은 철저히 보호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