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BR>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을 놓고 ‘동굴의 우상’이란 지적이 늘고 있다. ‘동굴의 우상’이란 말은 베이컨이 플라톤의 ‘국가론’제7권의 소크라테스의 비유로부터 인용한 용어다. 개인적인 특성 때문에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않는 편견으로, 동굴에 묶여 있는 포로들과 마찬가지로, 넓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베이컨에 따르면 동굴에 갇힌 인간은 동굴 속에 켜진 촛불로 인해 벽에 비추인 그림자를, 즉 실재 세계의 가상을 진리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지각이나 경험과 비교함으로써 정정될 수 있지만 사람의 편견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으니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핵심 경제이론으로 떠오른 소득주도성장론은 저임금노동자·가계의 임금·소득을 올려 소비를 증대하고, 그것이 기업 투자 및 생산확대로 이어져 최종적으로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이전 정부들이 대기업의 성장으로 인한 임금 인상 등 ‘낙수효과’를 기대했던데 비해 근로자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전략이 주가 된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청와대의 집착은 꽤나 강고하다.

최근 ‘고용 지표’ 악화소식이 알려지자 문 대통령은 “고용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 직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의 방향 수정은 열려 있다”면서도 “소득주도성장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지만 소득주도성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은 유연하게 본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명시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을 폐지하지 않고 부작용 보완에 나서는 한편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청와대나 정부가 아직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그 와중에 정부 여당은 지금의 나쁜 경제상황에 대한 원인을 모두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 청년 일자리가 준 것은 청년 인구가 줄어들어 취업한 청년이 적어서 그런 것이라며 몇 년 후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고 청년 취업률이 올라갈 거라고 태평스런 해명을 내놓는다. 고용률이 준 것은 장마철 영향이어서 일시적인 현상이고, 일자리가 준 것도 폭염 탓이라니 이만하면 몰염치한 책임회피다. 점입가경이라 해야 하나, 한 술 더 떠 지금의 고용부진은 지난 정권 때 잘못된 정책 탓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지난 10년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성장 잠재력이 낮아져서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난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해 다른 산업에 투입해야할 예산 26조원을 4대강 사업에 투입했기 때문에 제 때 인력을 양성하지 못해 지금의 고용부진사태를 초래했단다. 해도 해도 너무한 발뺌이자 구차스런 변명이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으로 지난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송언석(김천) 의원은 최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소득증대, 소비증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노동비용 상승, 기업 이윤 감소, 투자 위축, 실업증가라는 악순환 시나리오가 작동 중”이라며 “이는 결국 고용쇼크를 넘어 고용 지옥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소득분배가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양극화는 심화됐으며, 세계 경제가 호황인 속에 대한민국 홀로 암담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최후의 보루였던 수출마저 빠른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여러 말이 필요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청개구리 정책’을 버리고, 과감한 규제완화와 기업활동 자율성 보장 등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 언제까지 ‘동굴의 우상’과 같은 환상에 빠져있을 것인지 국민들은 답답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