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70대 귀농인이 엽총을 난사해 직원 2명을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은 우리 사회의 많은 병리현상과 허술한 안전망을 또 한번 절감케 한다. 크고 작은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이웃들에 대한 무관심 속에 체계적 관리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 특히 경찰의 총기에 대한 허술한 관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끔찍한 범죄에 무한정 노출된 국민들의 일상을 개선할 전방위적 대책이 시급하다.

21일 오전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 주민 김 모(77)씨가 들어가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엽총을 발사했다. 근무 중이던 민원행정 6급인 손 모(47)씨와 8급 이 모(38)씨가 총상을 입고 쓰러져 긴급 출동한 닥터 헬기편으로 안동의 한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두 사람 다 숨졌다.

이보다 앞서 김 씨는 소천면 한 사찰에서 스님인 임 모(49)씨에게 엽총을 발사했다. 임씨는 어깨에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면사무소에서 엽총을 난사한 후 현장에 있던 공무원과 민원인들에 의해 제압돼 경찰에 인계됐다. 봉화경찰서는 총기 살인극의 자초지종을 조사 중이다.

김 씨의 범행 배경 이야기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무엇보다도 1차 피해자인 임 씨와의 갈등국면에서 드러난 경찰의 허술한 대응이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임 씨가 지난달 30일 파출소에 “김씨가 나를 총 쏴 죽이려 한다”며 신고해 경찰은 신고 당일 그의 총을 회수했으나 지난 14일 다시 총기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사유 물품을 근거 없이 압수하기 어려운데다가 “스님이 진정서를 냈다가 취소했다”는 게 경찰의 해명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같기는 해도, 경찰이 좀 더 면밀히 살피고 경계해 엽총사용을 제한했더라면 귀한 목숨들을 앗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지난 6월 17일 전북 군산에서 3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입은 방화참사, 지난 1월 서울 종로의 한 여관에서 6명이 숨진 방화사건 등 분노조절장애가 빚어내는 참변은 계속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 범죄가 끊이지 않는 현상은 그 원인이 결코 간단치 않다. 인심이 넘쳐나던 농촌지역까지 야박한 생활문화가 깊숙이 번지면서 ‘이웃사촌’이라는 말조차 무색해진 지 오래다. 분노조절장애 범죄는 이번 총기난사를 자행한 김씨처럼 귀농을 하고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병리현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분노조절장애’를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질환으로 보고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선진적인 예방시스템 구축으로 국민들의 ‘감성지능’을 높여나가는 일에 국가와 지역사회가 소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