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제는 가격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는 불법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제 문제에 대해 과도한 형사처벌을 할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는 우려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동안 공정위가 고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못해왔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 주장이 제기돼왔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최근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 중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경성담합에 한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경성 담합은 △판매가격 공동인상 △공급량 제한이나 축소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소비자의 이익을 크게 해치고 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반사회적 행위를 이른다.

공정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고발 권한을 내려놓으면서, 앞으로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더라도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중대 담합 행위에 대한 감시망이 더욱 강화되는 셈이다. 앞으로 국민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하거나 국민적 관심,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에 한해 검찰에서 우선 수사하고, 그 외 사건은 공정위가 우선 조사하게 된다. 하지만 전속고발권 폐지가 곧장 담합 적발 강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대 담합 사건의 대부분은 내부자의 자진신고(리니언시)를 통해 수사가 시작되는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서 리니언시 제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지적 때문이다.

리니언시는 담합 행위를 스스로 신고한 기업에게 처벌을 면제하거나 경감해주는 제도인데, 전속고발권 폐지로 공정위와 검찰이 각자 조사에 나설 경우 공정위에서 자진신고 혜택을 받은 신고자가 검찰에서는 처벌받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문제다.

공정위와 법무부가 이같은 세부 사항을 협의할 실무협의체를 운영키로 했다니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겠다. 무소불위의 ‘경제검찰’로 불리던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로 체질개선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