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요즘 ‘시니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기분이 묘하다.

시니어(Senior)의 정의는 무엇일까?

나이로 한다면 해석이 다양하다. 미국의 어떤 골프장에서는 시니어 할인이라고 하여 55세부터 할인해 주는 곳도 있다.

통상 60세가 넘으면 시니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요즘은 수명이 늘어나서 대학교수들이 은퇴하는 65세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사실 모차르트, 슈베르트 시절에는 40대가 시니어였고, 한국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60세에는 환갑잔치를 크게 할 정도로 60세까지 살면 큰 축복을 받았다.

그렇다면 시니어의 기준도 이젠 달라져야 할지 모른다. 다양한 시니어 대접을 받는다. 지하철은 공짜라고 하여 ‘지공도사’라는 별명도 있다. 영화도 반값에 본다. 대부분의 공원, 뮤지엄들도 시니어 할인이 있다. 그런데 시니어 대접을 거부하는 마음도 한구석에 있다. 골프장에 가면 시니어들은 거리가 짧은 시니어 티에서 칠 수 있지만 정규 티에서 치고 싶어한다. “나는 아직 젊어”그런 객기이리라. 지하철을 탈 때는 선글라스를 쓰고 타기도 한다. 요즘은 자리양보를 잘 안하지만 혹시 그런 젊은이가 있을까 봐 “나는 아직 얼마든지 서서 갈 수 있다”라는 객기이다. 시니어들은 되도록 등을 세워 더 크고 건장하게 보이려고 한다. 젊은이들에게 밀리지 않고 대등해 지고 싶은 마음이리라.

필자도 포스텍을 정년퇴임하고 디지스트에서 계속 전문성을 유지하는 생활을 하지만 요즘 퇴직 교수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직종들은 65세가 넘어도 모두 여러 가지 형태로 일을 계속 하고 있다.

특히 교수들은 개인 컨설팅사무소를 낸다든가 타 대학의 석좌교수 등으로 가기도 하고, 때로는 회사를 만들기도 한다. 취미를 살려 목공소를 내거나 농장을 경영하는 교수들도 있어 모두 바삐 지낸다.

퇴임 교수들이 캠퍼스에서 고별 강연을 하고 퇴임식을 하고 몸은 떠나지만 대학을 마음에서 떠나 보내는 교수는 없을 것같다. 어제는 원주 오크밸리에서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연수회에 초대되어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현직 후배 교수들과 어울리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이 생각하는 학교, 학과발전에 나의 생각을 정리하여 보여주었다. 30년 전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 시절 앞을 향해 뛰던 모습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내 마음의 소리는 “아직 나는 시니어가 아니다. 나는 현역이다”라는 마음이었다.

친구들의 모임이 오히려 활성화되는 기분이다. 40대 50대에는 일에 바빠서 못 모이던 친구들이 부쩍 많이 모인다. 10대 때 만난 친구들이 가장 우의가 깊다.

아이들이 나간 집에는 부부 둘이 남는다. 배우자가 더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것도 시니어들의 특혜이다. 결혼 40주년을 맞는 친구들은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니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시니어 부부들은 자주 여행을 떠난다. 그건 젊어서 함께 고생하며 아이들 키우던 시절을 떠나 이제 함께 인생을 즐기고 싶어하는 보상심리일지도 모른다. 필자도 새로운 직장 디지스트 캠퍼스를 늘 함께 걸으면서 부부의 소중함을 느낀다. 디지스트의 젊은 교수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새로운 대학의 미래를 설계하는 건 30년 전 포스텍에 부임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떠난 포스텍 캠퍼스에는 길마다 길이름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을 설치하던 20년 전이 생각난다. 표지판은 젊은이들이 나아갈 길을 가르쳐 준다. 인물도 있고 꿈도 있다. 디지스트에도 표지판을 걸어야 하겠다.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애쓰는, 그래서 지혜를 사회와 국가 발전을 위해 오늘도 시니어들은 뛰고 있다. 이제 시니어는 사회와 국가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세대로 자리잡고 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