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 원

영감이 지고가기 좋게 마른 나뭇단의 무게와

흙으로 돌아가기 좋게 버쩍 마른 영감의 몸무게가

저울 눈금 하나 안 기울게

똑 같아 보이는

아름다운 짐, 그 위로

닿을 듯 앉을 듯 날고 있는

흰나비 따라

아주 멀리 가서

그 때 그 때 흘리지 못했던

눈물 몰래 쏟아내고 싶다

개숫물 말끔히 비워내고 싶다

점점 무거워지는 저녁 해를 등지고 앉아

하염없이

고무신만 털고 있는

저 영감처럼

세상을 감당하려는 한 노인의 몸짓을 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생의 길이지만 신발을 털며 생의 곤고한 무게와 슬픔의 무게를 떨쳐버리려는 노인의 마음을 읽는다. 뿐만아니라 자성의 시간을 가지는 겸허한 생의 자세에서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