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낙 율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들고

쪼로록

컵에 물을 따랐다

내 살면서

이렇게

남의 목숨 줄을 쥐고

따라서 마신적은 없을까

물병을 들고 컵에 물을 따르는 사소한 일에서 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한 겸허한 반성, 성찰에 이르고 있음을 본다. 안도현 시인의 ‘연탄’을 연상케하는 이 시에서 우리는 물병의 목 같은 남의 목숨줄을 쥐고 나의 갈증을 채우듯 나의 행복만을 추구하며 살아온건 아닌지 한번쯤 돌아보게 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