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수전 포스텍 교수
▲ 서의수전 포스텍 교수

자연의 신묘막측함과 웅장함은 상상을 불허한다. 지난달 알래스카를 약 3주간 여행하면서 그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아인슈타인은 인간 사회의 하나님은 부인했지만, 자연과 우주의 신묘막측함과 웅장함을 인정하고 창조자를 인정했다.

먼저 캐나다 밴쿠버에서 3일간 시내와 강변을 구경했다. 현대식 건물들이 빼곡히 늘어져 있어 그 지역의 물질적 부유함을 증거하고 있었으나, 저녁이 되니 길가에 히피같은 걸인들, 걸인같은 히피들이 줄줄이 길가를 차지하고 있어 인간 사회 내의 큰 괴리감을 느끼게 했다.

밴쿠버 북쪽으로 약 150km 외곽지역을 달리면서 그 지역에서는 높다고 하는 산에 올라가 보기도 했다. 여름에도 눈에 덥힌 멀리 보이는 더 높은 산봉우리들을 감탄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그 산속을 한 시간 이상 걷기도 했다. 별천지였다.

그런데 앞으로 더 놀라운 광경들을 보게 되리라고 꿈도 꾸지 못했다.

밴쿠버에서 크루즈를 타고 알래스카를 향해 첫날은 하루종일 북진을 하는데 산들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었다. 대부분 바다에서부터 산들이 절벽처럼 솟아있었다.

평상 버릇처럼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보니 여름인데도 눈에 쌓인 산들이 줄줄이 지나가고 있지 않는가? 신기했다.

알래스카는 미국 본토의 20%의 크기란다. 미국 본토가 남한의 약 100배이니 알래스카는 남한의 약 20배인 셈이다.

스캐그웨이에서는 만(灣)처럼 생긴 양쪽에 산들로 늘어져 있는 곳을 배로 한 시간 달려 하인즈(Haines)에서 지프차를 내 손으로 몰고 거의 두 시간 산속 깊이 올라가면서 수천 수만년 우거진 숲에 감탄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스캐그웨이에서 시작해 100년 전에 금(金)을 찾아 10만명이 눈 덮이고 첩첩히 쌓인 산을 넘고 또 넘었다는 길을 기차로 달리면서 자연의 웅대함은 물론,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위대함과 허무함을 느꼈다.

금을 찾아 미국에서 수만명이 수백㎞ 배를 타고 육지에 도착해 도보로 다시 수백㎞를 걸어 나섰고, 절벽 같은 산을 따라 수십㎞에 달하는 철도를 건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을 찾아 나선 사람들 중 약 3%만 그들이 찾은 금으로 그들의 수고와 희생의 가치를 건졌다고 한다.

대다수는 중도에 포기하기도 하고, 죽기도 했단다. 교통수단으로 사용된 말들도 먼 길을 추위 가운데 달리면서 허다하게 죽어갔단다. 거의 모든 남자들이 가족을 집에 떼놓고 왔으며, 그들이 모인 곳에는 매춘부들이 들끓었다.

캐나다 지역인 도슨시에서는 공립공원에 엄청 잘해 놓은 어린이 놀이터 주위를 거닐었고, 유명한 유콘(Yukon)강을 건너 섬에 사는 200명을 위해 정부가 무료로 페리(ferry)를 24시간, 365일 운영해 주는 복지시설에 감탄했다.

여행의 절정인 드날리 국립공원 안으로 버스를 타고 약 80km를 들어가면서 첩첩히 둘러싸인 산들, 광활한 평야같은 툰드라를 통과하면서 야생동물들도 보며 하루종일 자연인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경비행기를 타고, 국립공원을 횡단하면서 수없이 많은 거대한 빙하들을 내려다 보고, 미주 대륙에서 제일 높고 구름 위로 솟은 해발 약 7천m인 맥킨리산과 그에 버금가게 높은 산들을 우회할 때, 하늘나라에 올라왔나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곳에서 앵커리지를 거처 수어드까지의 이틀에 걸친 약 800㎞ 기차여행은 드높은 산들과 물들의 절경의 연속이었다. 그곳에서 케나이 반도로 3시간 배를 타고 들어가 전에 영상으로 보기만 하였던 거대한 빙하 앞에서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는 거대한 얼음 조각들을 보기도 했다.

알래스카 여행을 하며, 내가 태어난 한국을 여러번 생각했다.

우리 한국인들은 비록 땅은 비좁지만 마음은 알래스카의 산들처럼 우람하게 솟아올라야 하리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