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과 2017년 잇따라 발생한 경주와 포항 등 경북지역 지진은 지역민들에게 막대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남겼다. 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무너지는 피해를 경험한 지역민들의 깊숙한 충격에 대한 치유는 응급한 과제다. 겉으로는 멀쩡한 것같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일상 속에서 피해지역 국민들은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포항 지진트라우마 치유센터’가 설립돼 안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포항시가 재난심리지원에 대한 시민 인식을 파악해 향후 재난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실시한 ‘재난심리지원에 대한 포항시민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 재난 심리지원 현황이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피해가 심한 흥해읍 및 장량동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재난심리지원에 대해 응답자의 70.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정작 재난심리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10.4%에 그쳤고, 89.6%는 재난심리지원을 받은 경험이 아예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심리지원을 받은 사람들도 ‘불만족’이 52.2%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대다수가 고작 한 차례 정도 생색내기 일회성 행사에 그친 상담 정도이고, 그나마 전문성 및 사전준비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조금 더 혜택을 본 사람들도 ‘지진 트라우마 치유캠프’ 참여 정도에 머물고 있다.

경상북도내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치료할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67.1%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전문적인 센터 설립 필요성을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많은 주민들이 지진 충격으로부터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트라우마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어떤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 기본적인 안전 자체가 흔들렸을 때 겪는 정신적 현상이다. 뜬금없이 나타나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공포나, 본인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같은 것들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지진 트라우마의 경우 시도 때도 없이 땅이 흔들리는 느낌이 일어나고, 일순 일상이 망가지면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98.8%가 지진충격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이 중 특히 직접 피해를 입은 응답자의 72.2%(매우 큰 충격 29.8%, 강한 충격 42.4%)는 충격 정도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트라우마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일정기간 지속적인 치유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늦었지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치유시스템 구축을 서둘러 지역민들의 흔들린 삶을 안정화시킬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