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관 노후화로
예산 전액삭감
노후설비 보수·정비해
시스템 재가동 해야

▲ 포항시가 지난 2008년 전국에서 두번째로 설치한 ‘클린로드’시스템이 상수도관 노후로 인해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사진은 가동 당시 모습. /경북매일 DB

도심 열섬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단순 이상기후를 넘어 자연재난화되고 있는 폭염이 해마다 위용을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은 1954∼1999년 사이 10년마다 평균 기온이 0.23℃ 상승했으나, 2001∼2010년에는 평균 0.5℃가 오르며 온난화 속도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2012년 발간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는 남한지역 폭염일수가 연간 평균 10.1일에서 △21세기 전반 13.9일 △중반 20.7일 △후반 40.4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구가 밀집해 있는 도시들은 도심 열섬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한때 19일 동안 열대야가 지속되는 등 ‘핫’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포항도 예외가 아니다.

낮 최고기온 40℃에 이르는 살인더위의 여파로 도로 표면온도가 55℃까지 치솟으며 도심 열섬현상이 가중되고 있으나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포항시는 지난 2008년 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시가지 도로에 ‘클린로드’ 시스템을 설치한 바 있다.

포항의 도심 한복판인 육거리∼남빈사거리∼오거리 구간 830m에 걸쳐 노즐 202개를 3m 간격으로 배치했다.

도로 중앙선 한가운데에 위치한 노즐은 폭염시 물을 뿜어내 달아오른 아스팔트 표면을 식히고 오염된 도로를 깨끗하게 만드는데 탁월한 역할을 했다.

여름철이면 1회 3분씩 하루 3차례 가동된 ‘클린로드’ 시스템은 도심을 오가는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포항시의회가 연간 운영예산 1천만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올해부터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노즐에서 분사되는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관이 노후화돼 보수비용이 많이 들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포항시는 임시방편으로 살수차를 투입해 도로 위의 열을 낮추려 애를 쓰고 있지만 그야말로 임시방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도로 표면온도가 적정수준을 넘으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물을 분사하는 ‘클린로드’ 시스템과는 달리 살수차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가동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효과 측면에서도 ‘클린로드’ 시스템은 상수도관으로 물을 퍼올려 많은 양의 물을 한 번에 뿌릴 수 있지만 살수차는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이 한정돼 있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클린로드’ 시스템의 효과를 높이 산 서울, 대구, 인천 등 타지자체에서는 도심 주요 도로에 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시도 ‘클린로드’ 시스템을 재가동해 폭염에 대비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시민 김모(55)씨는 “작년까지는 도로 한복판에서 물이 분사돼 도심을 오갈 때 잠시나마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올해부터는 가동을 하지 않는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포항의 경우 신규 설치가 아닌 기존 설비를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어 노후 상수도관 보수를 위한 예산만 확보할 수 있다면 시스템 재가동은 어렵지 않다.

이와 관련, 백강훈 포항시의회 건설도시위원장은 “클린로드는 도로 표면온도를 낮추는 효과뿐만 아니라 물이 뿌려지는 것을 보는 시민들로 하여금 시각적으로 ‘시원하다’는 기분이 들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시스템”이라며 “지난해 상수도관 노후문제로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상수도관 보수를 위해 예산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검토해보고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다면 내년부터 시스템이 재가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동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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