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입추를 넘기면서 어느 정도 진정국면으로 들어가고 있으나 정부의 한시적 전기료 누진제 완화에 대한 국민의 마음은 여전히 개운치 못하다. 정부의 한시적 완화 조치로 전기료가 얼마나 낮춰져 고지서가 발부될지 알 수 없는 데다 해마다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는 것도 마뜩잖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언 발에 오줌 누기’ 모양으로 끝나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올여름 최악 폭염으로 정부가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낮춰주기로 했으나 그보다 근본적으로 가정용 전기료의 현행 체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이미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이뤄지고 있어 차제에 이를 공론화해 현실성 있는 대안 체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현행 가정용 전기료는 1974년 에너지 파동 때 전기를 아껴 쓰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에어컨이 상용화되고 있는 지금과는 거리가 먼 체제다. 특히 폭염의 상시화 가능성이 높다는 기상전망까지 나와 전기료 누진제 개편의 필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가정용 전기료 한시적 완화 조치는 땜질식 처방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현재의 1,2단계 누진구간을 100kwh 만큼 늘렸으나 각 가정의 상황을 고려치 않아 형평성 논란을 빚었다. 1인 가구와 4인 가구이상 가구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바람에 가족이 많을수록 누진제 부담이 큰 모순이 발생한다. 식구가 많은 저소득 가정보다 고소득의 1인 가구가 더 많은 혜택을 보는 경우가 생긴다. 에어컨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도 4시간이든 10시간이든 할인율이 같은 모순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 수요의 13∼14% 정도 차지하는 가정용 전력이 비용부담은 17∼18% 차지한다는 것은 선진국화하려는 복지적 측면에서 볼 때도 합리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정책의 대변화를 구상하고 있으나 탈원전으로 인한 부작용이 산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1조2천억 원 순이익을 냈던 한전이 올 상반기는 1조1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과 한수원 등 멀쩡하던 공기업이 갑자기 적자 경영으로 돌아서면서 국민의 부담이 새롭게 늘어나게 생겼다. 국내 산업계는 탈원전 쇼크로 국가 경쟁력이 위협받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를 해야 한다. 국민의 70%가 원전 정책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념을 떠나 국민의 절반 이상이 원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원전의 안전적 활용을 통한 전력 수급책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가정용 누진제는 지금 당장 폐지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이 탈원전 정책 재고와 함께 가정용 누진제 전면개편을 다룰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