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73주년 광복절을 지나면서 건국 시점을 두고 또다시 첨예한 건국절 논쟁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진영의 ‘1948년 건국론’을 “해묵은 이념논쟁”이라고 비판했고,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염천에 땀범벅인 채 먹고 살기도 벅찬 민생은 보이지도 않는지, 참으로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은 유치하고 부질없는 ‘건국절’ 논쟁 따윌랑 당장 접고 ‘경제정책’ 놓고 머리를 맞대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한국당은 ‘48년 건국론’을 들먹이며 해묵은 이념논쟁을 시도하고 있다”며 “광복절을 갈등의 장으로 만들어 보수 세력의 결집을 꾀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사실(史實)마저 부정하는 문재인 정부의 역사 인식과 의도가 무엇인가”라며 “국제적 승인을 받은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부 스스로가 부정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일본 등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들은 건국절이 없다”면서 “우리나라는 ‘건국절’ 대신 개천절과 광복절을 기념하는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진보와 보수 진영은 건국절을 놓고 대립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1919년을 건국일로 강조해 ‘부스럼’을 덧냈다.

진보 진영의 주장에 따라 내년이 건국 100주년이기 때문에 건국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는 시점이다.

시나브로 불거지는 ‘건국절’ 논쟁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청백전 벌이는 것도 모자라 ‘나라를 세운 날’까지 시빗거리가 되는 국가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싶다. 백성들 먹고 사는 일과는 아무 상관없는 갖가지 쩨쩨한 문제들을 놓고 권력쟁탈전을 벌이며 죽고살기로 서로 칼질을 해 나라를 거덜냈던 왕조시대의 한심한 행태와 도대체 뭐가 다른가 싶을 지경이다.

장기불황과 정부의 무대책 실험정책의 여파로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민생은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정치권의 ‘그들만의 리그’ 습성은 국민들을 참으로 고통스럽게 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건국절’ 이슈마저 권력 쟁탈의 도구로 악용하는 뻘짓 좀 그만두고 제발 피폐해진 민생 좀 돌보시라. “(대한민국의)건국은 단군조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일갈에 귀가 솔깃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