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리즈 포항 지진 그 이후 ④ 지진 복구의 과제
천차만별 피해에 메뉴얼 없는 행정
이재민 울린 재난지원책 마련 시급
市, 항구 복구대책 추진 등
지역발전소 공동연구단 구성

▲ 포항지진으로 심각한 균열이 생겨 더이상 건물에서 정규수업을 할 수 없는 흥해초등학교 학생들은 한 켠에 마련된 컨테이너 임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사진/이용선기자
▲ 포항지진으로 심각한 균열이 생겨 더이상 건물에서 정규수업을 할 수 없는 흥해초등학교 학생들은 한 켠에 마련된 컨테이너 임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사진/이용선기자
단 한 번의 지진에서 파생된 상황은 수백이 넘는다. 피해 주민 개개인마다 상황과 피해규모 등이 달라 이를 최대한 만족시킬 해결책이 필요하다.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이 시급한 이유다.

11·15 포항지진으로 진앙지 인근인 포항시 북구 일대는 건물이 기울어지고 일부가 파손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상대적으로 포항시 남구는 혼란이 적었다. 또 북구에서도 흥해읍과 인접한 장성, 양덕동 일대에 피해가 집중됐다. 전파 판정을 받은 건축물이 대부분 흥해, 필로티 구조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던 곳이 바로 장성, 양덕동이다. 양덕동에는 신축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던 고층아파트 외벽에 심각한 균열이 일기도 하는 등 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포항시는 지진 발생 초창기 수많은 민원과 신고 전화로 혼선을 빚고 업무가 마비되는 등 적절한 대처를 못했다. 지난 2016년 경주 지진을 겪은 포항시였지만 ‘간접적’이었을 뿐이었다. 대외홍보성 지진정책 발표와 달리, 막상 지진을 겪었을 때 준비된 무엇 하나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이는 중앙정부나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 포항지진 이재민 대피소가 운영되고 있는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앞에 설치된 가로펼침막. 이재민들과 포항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이용선기자
▲ 포항지진 이재민 대피소가 운영되고 있는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앞에 설치된 가로펼침막. 이재민들과 포항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이용선기자

□ 포항지진 복구

포항시는 지진이 발생한 뒤 응급복구 작업으로 시작으로 항구 복구대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예측과 예방, 사전대비 및 지진발생시 대응, 지진피해조사 및 복구 등의 계획을 수립했다.

그 중에서도 현재 피해지역에 대한 항구적 복구 대책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시는 4급 국장을 비롯한 3과 8팀 27명으로 지진대비 전담조직인 ‘지진대책국’을 신설해 △선제적 지진방재 대책 추진 △교육·훈련 △방재 인프라 구축 △트라우마 치유 △피해지역 도시재생 △이재민 장기 주거지원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이와 함께 지열발전소 공동연구단 구성을 통한 철저한 원인규명, 건축물 내진보강 국비지원, 피해보상 현실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확대, 이재민 장기 주거대책 마련 등의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폐허가 되다시피한 지진피해지역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흥해도시재생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지만 여러가지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합치된 의견으로 모아갈지가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나 기초자치단체의 지진 피해복구과정에 대한 불신이 깊이 패여 있어 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애초 지진 피해 조사와 판정 부실, 피해보상을 위한 법규미비 등에서 불신이 시작됐다. 사상 초유의 강진에 대응하는 사전 메뉴얼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곳곳에서 대혼란이 일어났다.

지진 피해주민들의 불만은 가장 큰 혼란은 재난지원금의 지급에서 나타났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건물의 피해정도를 전파, 반파, 소파로 구분했다. 이를 두고 가구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상황을 단 3가지로 구분해 기준을 적용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20평형 아파트와 70평형 주택에도, 그 반대도 전파 기준에 따라 모두가 획일화된 9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원받는다. ‘복지행정’이 아닌 ‘행정상 편의’를 위한 법령으로밖에 볼 수 없다. 가구 수부터 건물 규모 등 이재민들의 상황이 다름에도 ‘재난법’에 이재민들의 상황을 끼워 맞추는 식이다. 양방향이 아닌 ‘일방통행 행정’에 지진 피해 이재민들은 오히려 행정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기존 재난지원금이 실제 주택 보수 비용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24일 정부는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기준을 기존보다 44% 인상했다. 그러나 꾸준한 물가상승과 비교해 재난지원금은 아직 ‘주고도 욕먹는’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도시를 중심으로 평당 1천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층아파트부터, 높은 지대를 유지하고 있는 시가지나 번화가 일대의 땅값과 비교했을 때 지금과 같은 재난지원금은 현실과의 괴리가 남아있다. 백분율을 활용해 전파는 매매가격의 최대 30%까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의 더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법령의 제정을 이재민을 바라고 있다.

흥해읍 이재민 A씨는 “평수가 넓은 단독주택이 평수가 작은 아파트와 같은 기준을 적용받았다”며 “모두가 같은 이재민이라도 각자 복구비용부터 자재값, 주변 환경 등 조건이 다 다르다. 지금의 재난지원금은 현실과 동떨어진 선심성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포항지진 발생 8개월이 넘어서는 현재까지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는 갈 곳 잃은 이재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사진/이용선기자
▲ 포항지진 발생 8개월이 넘어서는 현재까지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는 갈 곳 잃은 이재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사진/이용선기자

□ 이해관계 조정

산적한 과제 중에서도 선결돼야 할 1순위는 피해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아우를 것이냐이다.

지난해 11·15 포항 지진 이후 각 읍면동에 접수된 사유시설 피해신고건수만 4만5천여 건에 달했다. 4만여 건이 소파에 해당했고, 상가건물에서도 3천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포항 인구 대비 지진으로 약 1/10 정도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셈이다.

아직까지도 이재민 중 일부는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전파 판정에 포함되지 않은 한미장관맨션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불만의 큰 줄기는 ‘현재의 집에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파나 반파나 파손 유무가 동일한 상황에서 불안감 등으로 더는 집에서 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차례의 민원과 집회 개최 등 행정기관과 이재민 사이에 갈등의 골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한 ‘중간자’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시의원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필두로 한 민·관·정계 대타협 조정기구를 구성해 현재 포항지진과 관련해 산재해 있는 각종 사안을 집중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흥해읍 개발구역에서 제외된 일부 가구들 사이에서는 벌써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기준안부터 하나씩 설정해가면서 묶인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 전파판정을 받은 흥해대웅파크. 곳곳에 지진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사진/이용선기자
▲ 전파판정을 받은 흥해대웅파크. 곳곳에 지진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사진/이용선기자

□ 일본의 지진피해 복구

엄밀히 말하자면, 일본은 지진으로 파손된 사유재산 보상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는 행정기관 주도의 정책 등 그 나라의 문화에서 비롯한다는 분석이다.

방재 선진국으로 강력한 지진을 비롯한 각종 풍수해 등 재해·재난을 수차례 겪은 일본의 방재정책은 무엇보다 ‘자조’와 ‘풀뿌리’에 충실해 있다.

최악의 지진으로 기억되고 있는 ‘한신·아와지대지진(사망 6천434명, 부상 4만3천792명. 우리에겐 고베지진으로 더 잘 알려졌다)’이 발생한 이후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파괴된 항만,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을 원상 복구 수준 이상으로 재건했다.

도시 재생과 재개발·건축 등 주거지를 중심으로 한 피해복구는 시민 주도로 이뤄졌다. 각종 협의체와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의견을 모았으며, 공공의 이익에 목적을 뒀다.

▲ 흥해읍 약성리에 마련된 이재민 주거시설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 전경. 사진/이용선기자
▲ 흥해읍 약성리에 마련된 이재민 주거시설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 전경. 사진/이용선기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 건 시민단체들이었다. ‘한신·아와지대지진’ 직후부터 전국에서 몰린 자원봉사자들이 구조작업부터 복구작업까지 함께하면서 공권력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소개된다.

특히,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지진 이후 약 10년 뒤인 지난 2006년에는 고베시가 있는 효고현 내 NPO(특정비영리활동)법인이 1천개를 넘어서면서 전국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역할과 시민의 역할이 정확하게 분리돼, 전국에서 몰린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단체 등 민간 주도의 정책적 방향이 ‘허물어진 도시 고베’를 새로운 관광지로 재창조했다. 지진 이전 일본 최대의 물류항이었던 고베시는 지진을 겪고 나서 전 세계적으로 지진을 극복하고 이겨낸 일본 최고의 방재도시가 됐다.

일본은 현재도 자주방재시스템 구축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자율방범대, 유·소년, 부인방재클럽 등 지역별 자주방재단체를 조직해 생존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오사카시 소방국 관계자는 “지진이 났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살아있는 것이다. 생존은 안타깝게도 자신의 문제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 방재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소방국)가 할 수 있는 건 지진 이후 생존자들을 최선을 다해 구조하고 2차 피해를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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