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가치가 나날이 추락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투자자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리라화 폭락에 따라 터키의 외채 상환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터키와 교류가 많고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신흥국들의 걱정이 커진다.

1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터키 위기가 당장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로크는 터키가 국내총생산(GDP)의 세계 총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라며 부정적 여파가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 2조 달러(약 2천270조원) 규모를 다루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베스트먼트(MSCI) 신흥시장 지수 중 터키의 비중은 1% 미만이고 현재 이마저도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이 무려 30%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잇따른 경제제재, 에르도안 정부의 경제정책 신뢰상실, 주요 경제 대국의 무역전쟁 등 변수로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WSJ에 따르면 터키는 다른 신흥국들보다 외화부채가 많아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부채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터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 다른 많은 신흥국보다 경상수지 적자가 커 외화가 부족한 상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터키의 외채 상환능력이 떨어지면 터키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제반 경제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이 가장 먼저 타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커먼웰스파이낸셜네트워크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브래드 맥밀런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러시아에서 이런 악영향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터키 금융위기 위험 때문에 다른 신흥국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날 신흥시장 통화는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엔, 스위스 프랑에 대한 수요는 늘었다.

터키의 외환위기는 터키 집권당의 성향과 미국과의 관계 악화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쉽게 풀리지 않을 근본적 악재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터키의 현재 위기를 1990년대 멕시코,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와 비교할 수 있지만 차이도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민간 부문의 외화부채가 주요 문제였다는 점에서 터키 위기는 아시아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