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국민연금재정 추계위원회가 내놓은 재정계산의 세부내용이 공개되면서 국민연금 개혁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추계위원회 세부내용에 따르면 당초 예상한 국민연금 고갈시기가 2060년에서 3년 정도 빨라진 2057년으로 나타나고, 고갈된 재원을 메꾸기 위해서는 내년부터 보험요율을 1.8~4% 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연금의무 가입 나이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높이고, 연금수령개시 나이는 65세에서 68세로 미루자는 의견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 나이가 많아지면 연금 급여액을 깎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룻만에 1천 건이 넘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고 한다. “60세 정년까지 일하기도 어려운데 5년 더 보험료를 내라는 것이 말이나 되나”“공무원, 교사, 군인만 국민이냐”“국민연금 돌려 달라”“아예 폐지해라”는 등 국민들의 볼멘소리가 줄을 이었다.

여론이 나빠지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휴일임에도 이례적으로 정부 입장을 발표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박 장관은 “재정계산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제시되는 안들은 정책자문안으로 바로 정부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부처 협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해명도 했다.

정부는 오는 17일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국민들을 얼마나 설득할 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은 시작 연도인 1988년 도입한 ‘저부담, 고급여’ 체계가 문제가 있어 그동안 두 차례 수정을 거쳤다. 소득 대체율을 70%에서 40%로까지 낮췄으며 연금을 받는 나이도 단계적으로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현재의 국민연금이 우리사회의 저출산과 고령화 등의 문제로 개혁의 필요성이 있음은 인정한다. 그러나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런 개혁안을 내놓고 밀어붙이겠다면 국민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보험료 인상은 가뜩이나 최저임금으로 고생하는 영세 자영업자에겐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연금 의무가입 나이 연장도 은퇴자 등에는 일상에 큰 충격을 줄 요인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부담줄 생각보다 635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운영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할 것인지 그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635조 원의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자금 고갈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고민은 왜 안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국민연금 재정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국민이 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국가 경제 활력화에 노력하여야 한다. 65세, 70세까지 현장에서 일을 한다면 국민연금 못 낼 이유가 없다. 정부가 세밀하지 못하게 밀어만 붙이니 야당에서는 정부의 감당능력을 의심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