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오랜만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의 북미관계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상당한 갈등상황을 보이고 있다. 북미 간에는 상호 비핵화 요구와 종전선언 요구가 뒤엉켜 양국 간의 외교적인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강도적’주장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더욱이 최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이란을 방문해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북한의 핵 기술(technology)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까지 선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북미 간 핵심적 쟁점은 비핵화 이행과 종전선언 요구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비핵화의 대상과 범주를 명시한 프로그램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에는 북한의 핵 실험장, 핵 실험 발사대. 현재 보유한 핵물질, 개발된 핵탄두, 핵관련 기술과 자료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북핵 폐기는 빠른 기간 내에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사실상 완전하고 명백한 불가역의 수준의(CVID)비핵화를 요구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전역의 인적 물적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를 일정한 기간 내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 폐기상황은 미국이나 국제기구의 객관적 검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나 유엔의 제재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서의 일방적 비핵화 강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미국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당사국의 종전선언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셀프 폭파와 미군 유해 55구 송환 등에도 미국이 상응하는 단계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섭섭해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해 당사국간의 종전선언이 선행되어야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종국적으로는 북미 평화 협정이나 외교 관계도 수립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종전선언의 당사국 문제는 미중 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북한과 중국은 중국이 참여한 4자 선언을 선호하고, 미국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 프로그램 없는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북미 간의 비핵화와 종전선언 요구는 핵심적 쟁점이 되었지만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불량 국가’ 북한을 협상의 테이블에 끌어들인 이상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성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은 선군정치의 결실인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확고히 보장받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북한은 그 대가로 낙후된 북한 경제의 회생을 위해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경제적 재정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 북미의 주장에는 각기 상당한 정당성이 있기에 상호 기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과거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이제 통하지 않는 것만은 사실이다.

북미간의 외교적 교착 상태는 쉽게 해소되지는 않지만 문제의 해법은 대화밖에 없다. 그러나 북미간의 고위급 회담과 실무진의 협상만으로 그 돌파구를 찾기는 무척 어렵다. 흔히 협상에서 원론에는 합의해도 각론에서는 여러 면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북미관계는 완전한 파탄으로 진전되지는 않고 있다. 정상 간의 친서 외교도 이어지고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의 방북도 예정돼 있다. 결국 북미 2차 정상회담이 현재의 디테일한 악마를 잠재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다. 그에 앞서 9월 초에 예정된 남북 3차 정상회담은 교착상태의 북미 관계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