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무리한 정책이라는 경고가 무성했던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결국 나라안팎에서 큰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경북을 비롯한 동해안 일대 원전지역민들의 민심은 한껏 사나워지고 있는 중이다. 더 이상 심각한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재고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국가 전체가 입을 천문학적 손실은 물론 원전산업에 매달려온 지역의 피폐가 말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탈원전’ 정책은 번복되거나 수정되는 것이 옳다.

‘무심코 던진 돌에 애먼 개구리가 맞아죽는다’는 옛말이 있다. 그 동안 발전(發電)이라는 국가적 사업을 위해 희생해온 경북을 비롯한 동해안일대 지역민들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사뭇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만성적인 불황 속에서 근근이 살아가던 지역민들에게 ‘탈원전’은 그 자체가 불의의 재앙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주 월성 1호기가 폐쇄되면 세수 432억 원이 감소한다. 또 전체 원전의 설계수명이 10년 연장되지 못할 경우 약 5천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천지원전 1·2호기 건설까지 취소되면 경북 지역의 세수는 무려 1조8천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원전 종사자들의 실직과 연관업체의 침체, 소비감소로 인해 지역경제가 한없이 침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마디로 눈앞에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경주 화백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탈원전 정책 재고를 위한 국민 경청회’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탈원전대응특위 위원장인 최교일(영주·문경·예천)의원, 주낙영 경주시장을 비롯해 원전지역 주민대표들이 모였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탈원전’의 정치적 이용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에너지 수요예측이 국정 지도자나 특정 집단의 논리에 의해 왜곡된 부분이 있지 않나 걱정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을 위하는 입장에서 전환적인 자세와 입장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최교일 의원도 “일본과 호주 등 세계 각 지역에서 다시 원전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탈원전 정책은 비행기 사고가 많이 나니 비행기 대신 자전거를 타자는 논리와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세계시장에서 촉망받던 한국의 원자력산업을 붕괴시키고 있음이 자명하다. 원전지역민들에게는 희대의 재난이 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수요예측마저 불신의 늪에 빠진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국가가 지역민들과의 맹약을 이렇게 야멸차게 파기해서는 안 된다. “탈원전이 옳은지 그른지 논의하지는 않겠다. 다만 시민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에 분개한다”는 주낙영 경주시장의 절규가 깊은 안타까움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