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박은주<br>포항여성회장
▲ 금박은주 포항여성회장

‘기림일을 아시나요?’ 라는 질문을 하면 지금까지 아는 사람들을 거의 만나기 어려웠다. 생소할 수밖에 없다.

기림일은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께서 국내에서 최초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날이다. 그리고 2012년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 공식 기념일로 지정해 올해 첫 국가 공식 기념일로 행사가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 기념행사에 국무총리 참석이 무산됐다고 하니, 일본과의 외교 문제가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일본은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해 공식사죄하지 않았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이 있은 지 27년,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100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몰염치로 일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슴아픈 미투 운동으로 남을 지도 모른다.

김학순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얼마 전 우리는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포항평화나비 청소년 지킴이단들과 함께 ‘1345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 참석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일마다 열리는 수요시위에는 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많았다. 우리가 참여한 날도 과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요시위를 진행했고, 연단 위에 올라가 발언을 하는 학생들의 결의 또한 대단했다.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를 느끼지 못할 만큼 말이다.

그리고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의 배려로 포항평화나비 청소년 지킴이단들과 함께 ‘평화의 우리 집’에 계신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아흔이 넘은 연세에 몸까지 불편한 할머니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러우면서도 할머니 앞에서 숙연해지는 학생들 마음처럼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머뭇거렸다.

김복동 할머니는 “공부 열심히 해라. 나라 잃은 설움을 느껴서는 안 된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몸이 불편하다는 기색없이 학생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줬고 혹시 돈이 없어 공부하기 어려운 학생이 있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도 수차례 했다.

또 판소리가 특기인 길원옥 할머니는 즉석에서 남원가를 불러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마지막에 김복동 할머니 손을 잡고 “할머니, 포항지진 때 천만원 기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500만원 기부했다고 하는데 할머니는 대통령보다 더 통 큰 기부를 하셨네요. 감사드립니다”며 할머니 손을 꼭 잡은 후 내려왔다.

이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27명만이 생존해 있다. 아흔이 넘은 연세에 할머니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포항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도 아흔이 넘어 늘 건강이 걱정이다.

한편 포항여성회에서는 2018년 기림일을 맞아 대대적으로 포항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기림일인 14일 오후 7시부터 영일대 버스킹 3번 무대에서는 ‘제6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포항 문화제’가 열린다.

영일대를 찾는 관광객, 포항시민들과 함께 기념문화제를 열기 위해 열린 무대를 마련했다.

또 18일 토요일에는 나눔의 집과 공동주최로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생활하고 계신 나눔의 집의 일상을 담은 영화 ‘에움길’ 상영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서 직접 그린 그림 전시회가 경북교육청 문화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역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좋은 문화행사이다.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에 공감하는 시민들이나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지면을 빌려 공개적으로 초대장을 드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