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탈원전 정책 재고 국민 경청회’
김병기 노조위원장 “소통 부재의 일방적 행보”
김병준 비대위원장 “정파적 집단 논리에 좌우”
경북 세수 1조8천억 줄어 지역경제 파탄 지적

▲ 9일 오전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탈 원전 정책 재고를 위한 국민경청회’에 참석한 김병준(왼쪽)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원전 밀집지역인 경북을 중심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

경주 월성 1호기가 폐쇄되면 세수 432억원이 감소하고 전체 원전의 설계수명이 10년 연장되지 못할 경우 약 5천억원의 손실을 보게 되는 데다 천지원전 1·2호기 건설까지 취소되면 경북 지역의 세수가 총 1조8천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전 종사자들의 실직과 협력업체 등 연관업체의 침체, 소비감소로 인해 지역 경제가 더더욱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북 지역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탈원전대응특위 위원장인 최교일(영주·문경·예천)의원, 주낙영 경주시장,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원전 지역 주민 대표들이 9일 한 자리에 모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와 함께 탈원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이날 경주 화백컨벤션 선터에서 열린 ‘탈원전 정책 재고를 위한 국민 경청회’에서 “과학 기초 지식 없는 분들은 막연한 공포로 세상을 판단하는데, 연구를 많이 해 과학을 확신하게 되면 확신과 신뢰를 가질 수 있는게 원자력 산업이다. 에너지 정책만큼은 미래 세대, 나라 미래를 위해서 하는 일이니 사상과 정파, 정당을 다 떠나서 수립돼야 한다”며 원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37년째 한수원에 근무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원전이 안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가 생활을 해나갈 수 있겠나”라고 반문한 뒤 “원자력이 국가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을 국민들도 알고 있다. 지금 정권의 에너지 정책은 소통이 부재된 일방적 행로를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황일순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대형 원전을 빨리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소형 원전을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며 “우리는 궁극적으로 원자력 산업을 양성해야 한다. 원자력 우라늄은 땅위에 백년여분밖에 없지만 바다속에는 1억년분이 존재하는 무한가능성을 지닌 자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영두 월성본부 노조위원장 역시 “이번 정부가 국민들을 바라보며 정치해 주시길 바란다. 지진에도 끄떡없던 월성 1·2호기를 왜 폐쇄하려는지 모르겠다”며 “탈원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 원자력 없는 친환경 에너지는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탈원전 소송을 맡고 있는 김기수 변호사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해 소송 대비를 맡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 공약집이 법령집보다 상위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법적 손실을 법적 절차를 통해 복구한다는 산자부 의견은 법이 없는데 법을 만들어 보상하겠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이라며 “국회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주낙영 경주시장도 “탈원전 문제는 지역 주민의 최대 현안 중 하나”라며 “그간 경주 발전을 위해 원자력 관련 시설을 수용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 정책 반영을 위한 순수한 의도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월성1호기 조기폐쇄로 답해왔다”며 “탈원전이 옳은지 그른지 논의하지는 않겠다. 다만 시민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에 분개한다”라고 반발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와 학계 전문가들로부터 탈원전 정책 및 폭염 대책에 관한 의견을 청취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것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에너지 수요 예측이 국정 지도자나 특정 집단의 논리에 의해 왜곡된 부분이 있지 않나 걱정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을 위하는 입장에서 전환적인 자세와 입장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 비대위 출범 이후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처음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았다. 경주는 한수원과 월성 원자력발전소 등이 있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가장 민감한 도시다. 이날 경주를 방문한 것도 민생과 직결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켜, 지지층 결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형남·황영우기자

    박형남·황영우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