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공동주택 최초 내달 재건축 진행
위험 판정에도 소통으로 하나된 성과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사람의 본성이 나온다”

규모 5.4의 ‘11.15지진’이 포항을 강타했을 때 포항 시민들은 대혼란에 휩싸였다. 대부분 별일 있겠느냐며 거주지를 지켰고, 일부는 짐을 싸들고 가까운 대피소를 찾았다. 포항을 벗어나려고 고속도로로 몰려 포항톨게이트 일대가 한때 마비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진 후 9개월째에 접어드는 현재 대부분의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주거지가 전파되거나 반파된 이재민들 역시 일부 대피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안정된 주거지에서 지진 피해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지진을 이겨나가려는 단연 돋보이는 노력을 보여주는 곳이 대동빌라. 주민들은 비상대책위 구성에서 이주, 재건축에 이르기까지 ‘최초’라는 수식어를 절대 뺏기지 않고 있다.

포항시 북구 환여동에 위치한 대동빌라(4개동 81가구)는 지진 이후 포항시에서 진행한 긴급점검을 통해 ‘위험’ 판정을 받아 흥해읍 대성아파트(D·E·F동 170가구)와 함께 국내에서는 최초로 지진피해로 인한 철거 대상으로 결정됐다.

대동빌라는 김대명(47) 위원장의 주도 아래 지진발생 사흘 만에 SNS를 통해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모든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이후 포항시 이주대책본부와의 협의를 거쳐 지진발생 일주일만인 지난해 11월 22일 이재민 중 최초로 21가구가 LH국민임대주택으로 이주했다. 나머지 가구들도 같은해 말까지 모두 이주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배려가 돋보였다.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관계로 모든 주민이 같은 시기에 이주할 수 없게 되자, 노약자와 차상위계층 등 좀 더 사정이 어려운 주민들을 우선 선발해 이주를 시작한 것.

이주 이후에는 비대위를 해체하고 재건축조합 설립을 위해 뭉쳤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소통이 중심이 된 논의를 거쳐 주민들의 의견이 쉽게 하나로 모였다. 현재는 조합설립 전 단계로 가설계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 늦어도 오는 9월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7월 26일에는 포항시와 협의를 거쳐 지진 피해가 난 공동주택 가운데 최초로 건물 철거에 들어갔다. 대동빌라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을 당해 민관이 하나가 돼 모범적으로 극복한 드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1월 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전화통화’ 대상자에 김대명 위원장이 선정돼 향후 재건축 등에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받기도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을 찾아 적극적인 행정 지원에 감사를 표하는 등의 주민들의 모든 행보가 모범을 보이고 있다.

김대명 위원장은 “대동빌라 주민들이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공동주택처럼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지만 지진이라는 위기를 겪으며 하나가 된 것”이라며 “주민들 모두가 서로 잘 되기 위한 비판 속에서 인내를 가지고 설득했던 일련의 과정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진이라는 재난은 민과 관이 모두 당사자로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일이며 상생이 필요하다. 시민의 권리는 찾아야 하지만 법적 테두리 안에서 행사해야지 막연하게 요구하는 것은 얻을 것이 없고 정무적이나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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