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리즈 포항 지진 그 이후
③ 지진 피해 복구대책 진단

▲ 지진발생 후 포항시 북구청 관계자들이 피해 접수된 가정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전준혁기자

‘11·15지진’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지진에 무관심했는지 그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지진발생 수 분이 지나서야 도착하는 재난문자, 어디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 없는 재난대피소, 내진(耐震)과는 동떨어진 필로티 구조 건물 등 많은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논란이 컸던만큼 가이드라인과 대책 마련이 나름 신속하게 진행됐고 현 시점에서 뒤돌아보면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반면, 아직 상대적으로 성에 차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바로 복구와 관련된 분야다.

‘재난 예방 및 대처’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면 ‘재난 복구’는 소도 잃고 부서진 외양간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격이랄까.

지진 전문가는 많아도
지진 수습 전문가는 태부족
광역단체급 전담 조직 필요
짧은기간·적은인원이 피해 파악
불공정·부실조사 개선책 마련 절실

◇지진의 특수성을 간과한 피해 진단과 복구

“옆집은 소파 판정이 났는데 우리집은 왜 안 되는 건가요. 누가 보더라도 우리집이 피해가 더 심한데 제대로 진단한 것이 맞나요?”

“퇴근은 잊고 살고 있습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요. 원래 업무에 지진 업무까지 더해져 과부하 상태입니다.”

지진이 발생하고 복구와 관련해 피해 조사를 진행하는 단계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지진관련 법규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진이 홍수 및 산사태 등과 동일한 자연재난에 포함되어 있는 법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규정에 따라 2주 안에 국가재난정보관리시스템(NDMS)에 피해 현황 입력을 마쳐야 한다.

현실은 어떨까. 진앙지에 근접해 가장 피해가 컸던 흥해읍을 포함하고 있는 북구의 피해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구청 소속 2인 1조의 6개 팀이 2주라는 짧은 기간에 모든 조사를 마무리해야 했다. 각 지역에서 300여명의 전문가가 파견돼 업무를 도왔지만 이들은 급한 대로 거주 가능 여부만 알려주는 것이 전부였다. 최종 판단은 포항시가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접수된 피해조사 건수는 총 2만여건. 2주 전부를 오롯이 조사에 집중하더라도 하루에 1천400여건을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이다. 이를 팀당으로 나누면 230여건이 된다. 하루 24시간을 꼬박 조사해도 시간당 10건 정도에 이른다. 이동시간을 포함해 가구당 6분만에 조사를 끝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민들의 부실 조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피해 파악을 포항시는 어쨌든 해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규모 4.6의 여진이 또다시 발생했고, 피해신고는 4만건이 넘었다. 이번에도 같은 절차가 역시 반복됐다.

◇복구 관련 광역단체급 전담 조직 필요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포항시는 이재민 관리부터 주거안정, 응급복구, 대피소 운영 등 모든 복구 관련 사항들을 스스로 판단하고 처리해나가며 지진 복구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전담조직인 ‘지진대책국’을 신설했다. 상황 발생 시 상황실 운영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문 인력도 임기제로 채용했다.

하지만, 포항시의 이러한 대처는 인구 52만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지자체라 가능했다는 평가다.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현 상태와 같이 지자체에 모든 것을 전담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미래는 참담하다는 것이 지진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즉, 만약 인구가 수만명에 불과한 소규모 지자체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당 지자체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고베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도단위 광역지자체인 효고현(兵庫縣)이, 오사카지진 때는 마찬가지로 광역지자체인 오사카부(大阪府)에서 나섰다. 광역지자체가 내진설계와 자가발전이 가능한 위기관리실을 운영하고 있다. 복구와 관련해 피해 지역으로 파견할 수 있는 30여명의 운용 가능 전문가도 보유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진 복구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재민의 재건축과 재개발 등에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이 걸린다”며 “기업이나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