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땀방울이 희망의 꽃으로 새마을운동가 구술 채록
② 배병희 전 비산동 새마을협의회장(下)

▲ 2007년 경상북도새마을운동 종합평가대회에서 구미시가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때 모습. 당시 배병희 전 회장은 구미시새마을협의회 사무국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김락현기자
▲ 2007년 경상북도새마을운동 종합평가대회에서 구미시가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때 모습. 당시 배병희 전 회장은 구미시새마을협의회 사무국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김락현기자

△ 고철 모으기로 환경보호까지

당시에는 새마을행사라고 해서 여러가지 행사들이 많았어요. 그 중 고철 모으기가 있었는데 우리 비산동이 구미 27개 읍면동에서 1등을 한 적도 있어요.

비산동이 공단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큰 고철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고철을 치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장정 1∼2명으로는 옮길 수 없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중장비를 동원할 수 없으니 모두 사람의 힘으로 옮겼죠.

물론 동네 몇몇 분들이 고철을 실을 수 있는 차량 등의 협찬은 있었지만, 차량에 옮기는 것은 모두 사람 힘으로 해야만 했어요. 지금은 고철이 돈이 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어요. 그냥 쓰레기와 똑같았죠. 그러다보니 고철 덩치가 크면 그냥 버리고 가는 거에요. 그걸 그대로 방치하면 고철에서 나오는 녹 등으로 환경오염 문제도 있을 것 같아 정말 열심히 치웠어요.

특히 이 동네는 공단 부근이다보니 공사하다가 버린 고철부터 시작해 타다가 버린 자전거 등 고철이 정말 많았어요. 거기에 비라도 한번 많이 오면 강변에 떠내려오는 고철도 상당했어요. 물론 쓰레기도 많았지만 고철도 상당했어요. 아마도 비산동이 지대가 낮으니까 비가 많이 오면 이 곳으로 쓰레기 등이 다 떠내려 오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정비가 되서 그렇진 않지만 당시에는 침수가 자주 됐어요. 지금 생각하면 우리 주민들은 단순히 고철만 모은 게 아니에요. 정말 자신들이 사는 삶의 터전을 깨끗하게 가꾸기 위해 자발적으로 고철을 모으고, 쓰레기를 치운 거에요. 이러한 것들이 진정한 새마을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당시 고철을 비산동에서만 70여t 정도 모았어요. 모두 사람의 힘으로만. 그래서 비산동이 구미에서 고철 모으기 1등을 한거에요.

내 삶 터전위해 마을 주민들 자발적 봉사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고철 70여t 모아
젊은이들의 새마을운동 외면 아쉬워
인성·예의·지혜 배울수 있는 ‘ 정신운동’

△재난도 새마을정신으로 이겨내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비산동은 지대가 낮아 장마철 침수가 많은 곳이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비산동이 그리 잘 사는 동네가 아니였어요. 판자촌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죠.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 곳 토박이가 아닌 일자리를 찾아 여기로 온 나같은 외지인들이었죠. 열악한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다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마음 만큼은 따뜻한 사람들이었어요. 2004년인가 2005년인가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그때 물난리가 크게 한번 났었어요. 당시 새마을협의회는 복구작업을 하고 부녀회는 끼니 때마다 라면을 끊여주었어요. 몇 날 며칠을 작업에 매달리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마을 안쪽까지 완전 침수가 되서 정말 힘들었어요. 강변에 있던 식당들은 더했어요. 남아 있는게 별로 없었으니까.

힘든 시기였지만 새마을협의회 말고도 다른 단체에서도 발 벗고 도와주어서 힘이 많이되었어요. 힘든 일이 닥치니까 모두가 하나가 되더라구요. 이 동네가 당시 다른 지역에서 직장을 찾아 모인 사람들이다보니 약간의 서먹함이랄까 그런게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고향도 다르고 그러니까. 그랬던 사람들이 매일 진흙범벅이 되서 같이 일하니까 그런 서먹함들이 없어지더라구요. 모두가 협동해서 고난을 이겨낸거죠. 그게 새마을운동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때부터 각자의 고향은 달라도 제2의 고향은 구미인 사람들이 남았어요. 같은 공통분모를 찾은 거죠. 당시 비산동사무소 직원들도 주민들이 하나가 되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복구작업이 끝나면 공무원들이 막걸리 같은 걸 가지고 와서 같이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물난리가 고향이 각기 다른 우리 주민들을 하나로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새마을운동은 인성교육

내가 새마을운동이 무엇이다라고 정의를 내릴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새마을운동은 인성교육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지금이나 예전이나 젊은 사람들은 윗사람 이야기를 잘 안들었어요. 안 듣는 강도의 차이가 있을뿐이죠. 저도 어릴적에 부모님 말씀 안들었어요. 그렇게 공부하라고 하셨는데 전 공부에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부모님의 삶을 존중했고 그분들의 충고는 마음에 깊이 새겼어요.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어른들에 대한 공경의 마음을 더욱 강해졌어요. 그 분들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삶의 지혜 같은 걸 배웠거든요. 그분들을 통해서 사회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의와 규범 등을 배웠어요. 조금 잘났다고 어깨에 힘주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마음으로 대하는 방법 등을 배웠어요. 이런 건 절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이에요. 전 요즘 젊은 사람들이 새마을운동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다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지금의 젊은이들은 동네 이웃에 사는 사람이 누군인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러면 자신이 사는 지역을 위한 일을 하기가 어렵죠. 서로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젊은이들이 이웃주민을 잘 알았으면 해요. 그렇다고 강제할 수는 없겠죠.

다만 새마을운동이 좀 더 대중화가 된다면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해요.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 새마을운동을 너무 괄시하는 것 같아요. 새마을운동은 그런 게 아닌데. 새마을운동은 사람들이 서로 같이 살아가는 걸 도와주는 정신운동이에요. 새마을운동 자체가 인성교육이에요. 우리 사회가 그걸 좀 제대로 알았으면 해요.

△새마을운동가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새마을운동가를 활동하다가 지금은 봉사활동에만 참여하고 있는데 느낀 점이 많아요. 나의 젊음을 새마을운동과 같이 했는데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섭섭한 마음이 있어요. 나뿐만 아니라 이전에 새마을운동에 참여하신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실 거에요.

그렇다고 우리가 이만큼 했으니 좀 알라달라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 지금 이 사회가 새마을운동을 폄하하지 말고, 제대로 인식해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지금 젊은이들은 새마을운동이 무슨 정치조직 정도로 아는 것 같아요. 새마을운동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더라구요. 그건 옳지 않은 거잖아요. 새마을운동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고 이해한다면 새마을운동가를 자연스럽게 존중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 믿어요. 그리고 새마을운동 조직에서도 새마을운동가 원로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구미에는 새마을운동가 원로들이 참여하는 새마을후원회라는 것이 있어요. 난 새마을후원회 사무장을 4년동안 했어요. 초대 회장은 박병군 전 구미시새마을협의회장님이 하셨고, 이후 저도 회장직을 4년동안 했어요. 임기는 2년인데 연임해서 4년을 했죠.

▲ 배병희 전 비산동 새마을협의회장이 비산동주민센터 앞에서 예전과 달라진 동네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 배병희 전 비산동 새마을협의회장이 비산동주민센터 앞에서 예전과 달라진 동네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회원 자격은 구미시 27개 읍면동 협의회장, 부녀회장을 했던 사람들이에요. 새마을운동을 했던 지도자들을 모아 지금 새마을운동을 지원하기 만든 조직이에요. 우리가 주축이 되지 않고 지금의 새마을협의회가 하는 봉사활동을 뒤에서 보조해주는 역할이죠. 새마을 한마음 대회라든지 연말 평가대회 등을 도와주기도 하고, 여름철 금오산 야영지 휴지줍기 등도 하고 있어요. 알뜰 벼륙시장에서는 직접 솜사탕 기계를 가져가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팝콘도 만들어주곤 해요.

큰 일은 아니지만 새마을운동 지도자로서 끝까지 이 지역을 위해 작은 봉사를 하고 싶은 거에요. 우리 새마을운동가들은 정말 진심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에요. 제발 사회가 우리를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로가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우리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열심히 봉사를 할 수 있으니까요.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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