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폭염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전기 누진제 요금을 7~8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낮춰주기로 했다. 가마솥더위 속에 에어컨 틀기가 두려웠던 국민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정부가 밝힌 누진제 완화 방안이 국민에게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족한 전기를 아껴 쓰자는 취지로 1974년 도입한 현행 제도가 몇 차례 수정 끝에 현재에 이르고 있으나 에어컨 사용이 생활화된 지금의 상황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국내 주택용 전력비중은 2007~2016년 평균 14.2%나 전기료 비중은 17.8%에 이른다. 일반 가정은 자신이 사용한 전력량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완화안은 가구당 평균 19.5%(1만370원) 인하효과가 있다. 7월과 8월에 한해 현행 0~200kwh와 200~400kwh의 구간을 각각 0~300kwh, 300~500kwh 구간으로 경계치를 100kwh씩 상향 조정했다. 한 달 450kwh를 사용하는 가정이 있다면 전기료를 종전에는 8만8천190원을 내야했지만 이번 조정으로 6만5천680원만 내면된다. 이전보다 2만2천510원을 덜 내게 된다. 비율로는 25.5% 인하효과가 있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인하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가족이 많아 500kwh 이상을 사용하면 할인율 적용이 안 된다. 식구가 많은 저소득층 가구보다 소득이 높은 1인 가구가 더 큰 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다. 에어컨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할인된 요금을 계산하면 4시간 이상이든 10시간 틀든 할인율이 같은 모순도 있다.

그래서 이번 대책이 땜질식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시적 누진제의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도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냉방기기 사용을 ”국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라 했다. 보편적 복지를 뒷받침할 정책이라면 한시적보다는 상시적 대책이 되는 것이 옳다.

올 여름과 같은 폭염이 이어진다면 이를 견디어 낼 사람이 많지 않다. 정부가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한 만큼 확실한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올 여름 내내 많은 국민들은 에어컨을 틀면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가슴을 졸여왔다. 그나마 한시적 전기료 누진제가 발표돼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속시원한 해결책은 못된다.

에어컨은 이제 우리 생활에 필수된 지 오래됐다. 가정용 전기누진제의 요금 체체를 근본적으로 손을 보는 조치가 있어야겠다. 해마다 지금과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도 누진제 폐지를 둘러싼 공방이 시작되고 있다. 국회의원의 입법 발의도 시작된 모양인데, 차제에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에 대한 확실한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겠다. 올해와 같은 폭염 더위가 장기화할 것이란 기상전망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