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는 마블링이 많을수록 촉촉하고 사르르 녹는 맛을 자랑한다. 그래서 마블링 많은 소고기가 높은 등급을 받았고, 가격도 비싸게 책정돼왔다. 이처럼 근육 내 지방 비율을 중심으로 등급을 매기는 소고기 등급제는 국민에게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가 좋은 고기’라는 통념을 심어왔다. 하지만 소고기의 지방은 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국내 소고기 등급제는 건강에 해로운 저품질 고기를 가장 비싼 가격에 유통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마블링 많은 소고기가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지방은 결합조직 막과 근섬유 덩어리를 해체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열을 가하면 결합조직이 쉽게 끊어져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지방은 열전도율이 낮아 가열했을 때 고기 내부의 수분 증발을 억제한다. 상대적으로 마블링이 많은 고기가 육즙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마블링이 많을수록 기름진 맛이 강하지만 그만큼 입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럽고 촉촉한 맛을 갖게 된다. 마블링 많은 고기가 맛은 있지만 포화지방산이 혈관 건강에 그리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는 만큼 소고기등급제의 개선은 필연적이다.

이에 따라 농림식품부는 소고기 등급 판정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흔히 ‘마블링’이라 불리는 소고기의 근내지방도를 우선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던 판정 방식을 버리고, 앞으로는 근내지방도, 육색, 지방색, 조직감 등 다양한 항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중 가장 낮은 등급을 최종 등급으로 결정하는 최저등급제가 적용된다. 새로 마련된 방안의 핵심은 육질등급 보완으로, 앞으로는 마블링 7+등급부터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등급도 기존에는 마블링 6등급 이상만 해당됐지만 바뀐 기준에 따르면 마블링 5++등급부터 포함되게 됐다. 소고기 등급은 구이용 부위에 한정해 의무 표시하고 찜, 탕, 스테이크용 부위는 표시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안으로 축산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이지만 실제 시행은 내년 하반기 예정이다.

소고기 등급제의 개선은 소비자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축산농가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